가파르게 상승하던 주가가 28일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랠리"가 끝나고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그동안의 급등에 따른 당연한 조정으로 받아들이면서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정이 계속될 경우 종합주가지수는 전고점이었던 630선까지 밀릴 수도 있으나 내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살아있는데다 외국인이 매도 기조로 돌아선 것이 아니어서 추가하락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날 조정의 원인이 미국소비자신뢰지수 급락에 있었던 만큼 향후 발표될각종 경제지표가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조정기간과 폭이 길고 깊어질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주가 왜 급락했나
전날 미국의 경제조사기관인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1월 소비자신뢰지수 악화가 결정타였다. 소비자신뢰지수는 82.2로 전달에 비해 3.1포인트 떨어져 7년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86.5)에 훨씬 못미쳤다.

시장은 경제회복의 바로미터인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경기회복이 가시화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아직 멀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는 인텔의 실적개선 전망 발표에도 불구하고 나스닥지수는5.26포인트(0.27%) 밀린 1,935.97, 다우지수는 110.15포인트(1.10%) 떨어진 9,872.53에 끝났다.

금방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던 나스닥 2,000선과 다우 10,000선이 강력한 저항선으로 자리했다.

올들어 세계 각국에 비해 2∼4배 상승한 우리 주식시장의 `과열"도 조정폭을 깊게 했다. 미국 테러사건 이후 저점을 찍었던 지난 9월17일(469P)이후 지난 26일까지 종합주가지수가 45% 가량 치솟으면서 시장참여자들은 조정 가능성을 점쳐왔다. 숨가쁜 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된 탓이다.

여기에 부시 미국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과 전날 휴전선에서 벌어진 총격사건도 투자 분위기를 급랭시켰다. 여.야의 검찰총장 사퇴 공방을 축으로 한 정치불안도 악재로 작용했다.

◆추가조정시 지수 630선이 지지선
전문가들은 일단 주가가 조정을 받더라도 전고점이있던 지수 630선이 1차 지지선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수 630선은 작년 9월부터 지속된 490∼630선의 상단이었던 만큼 강력한 지지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이후 우리 주식시장에서 3조5천억원을 순매수한 외국인이 기조적인 매도세로 돌아설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데다 고객예탁금이 9조5천억원에 이르고 있고 장기주식저축판매액이 1조원을 넘는 등 증시주변의 `실탄"도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여기다 테러사건 이후 매도를 지속한 기관이 조정시 `사자"에 나서기 위해 충분한 자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점도 주가의 하방경직성을 강화할 요인으로 꼽혔다.

나민호 대신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일단 1년 이상의 박스권 상단이었던 630선이 1차적인 지지선이 될 것이며 더 떨어진다 해도 600선은 지켜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단기간에 조정없이 너무 가파르게 주가가 상승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날 급락은 체력보강을 위한 `자연스런 조정"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회복 가시화나 주식시장으로의 추가적인 자금 유입과 같은 모멘텀이 생길때까지 당분간 `눈치보기" 장세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지만 증시주변 여건이 그렇게 나쁘지 않아 630선은 지지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교보증권 김석중 리서치담당 상무는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630선에서 일단 지지될 것으로 예상되며 더 떨어질 경우 600선까지 밀릴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연말까지 지수는 600∼680선 사이에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관건은 미국시장과 외국인 동향
소비자신뢰지수 급락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미국 증시가 곧바로 안정을 회복한다면 우리 증시도 더 이상의 하락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장 안정은 국내 증시의 안전판인 외국인의 투자심리에 절대적인 영향을미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29일의 미국 내구재주문, 30일의 3.4분기 GDP성장률 수정치 발표에 이어 다음달 초에 나올 고용통계와 전미구매관리자협회지수(NAPM) 등 실물경제지수가 단기적인 주가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주와 다음주에 발표될 미국의 경제지표에서 경기회복 기미가 감지되지 않을 경우 조정기간이 길어지고 그 폭이 깊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조정폭이 의외로 크다고 해서 지금 당장 매수에 뛰어들 것이 아니라 미국의 경제지표 발표와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시장참여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그동안 지수관련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외국인이 매도를 지속할 경우 지수하락폭이 커질 우려가 있는 만큼 시가총액이 큰 종목투자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는 조언이 많았다.

대신증권 나 팀장은 지수관련 대형주는 그동안 급등한데다 외국인 매도시 하락폭이 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배당관련 유망주나 주가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중.소형 우량 종목 위주의 선별 투자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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