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미 부국장대우·경제부

제주에서는 '찬바람'을 기준으로 화제가 달라진다. 여름 기세가 꺾이는 참부터 집값과 감귤값 얘기가 주요 관심사가 된다. 
 
그랬던 '집값'이 요즘은 연중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쳤다'는 말이 나올 만큼 천정부지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하냐는 질문은 식상할 정도다. 또 얼마나 올랐는지, 더 얼마나 오를 건지 정도는 돼야 얘깃거리가 된다.
 
아날로그 열풍의 진원으로 꼽히는 '응답하라'시리즈를 보면 그 이유가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부라보콘 200원, 담뱃값 600원, 금리 15% 하는 요즘 세대들은 도통 이해 못 할 숫자의 나열 속에 가슴을 쿵하고 두드리는 수치가 등장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채 5000만원. 요즘 제주지역의 어지간한 아파트 가격이 1억원대를 호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꿈같은 소리다. 귀띔하자면 현재 은마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1억 원대다.
 
단순히 세상이 바뀌었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995년부터 집계한 자가주거비용포함지수는 1998년 10월 83.102에서 올해 117.67로 1.38배 가량 올라갔다. 제주지역 소비자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76.7에서 109.16으로 1.42배 뛰었다. 이중 가장 영향력이 컸던 항목으로 '집세'가 꼽히고 있다.
 
10월 제주 지역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 0.1%, 전년동월과 비교해서는 0.7% 상승하는 등 0%대 상승률을 유지했다. 수치상 상승세를 주도한 '식탁물가'를 제외할 경우 '집'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서비스 항목 중 '집세'는 전년 대비 1.6%나 오르는 등 동월 대비 물가 상승률보다 갑절 이상 뛰었다. 특히 월세와 전세가 각각 1.7%, 1.4% 오르는 등 '집 없는 설움'을 키웠다.
 
실제 한국감정원의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7월(2억1093만원) 제주의 평균 아파트 가격이 처음으로 2억원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 평균 아파트값은 2억1544만원으로 1월(1억6260만원)에 비해 32.4%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국은 2억5696만원에서 2억7735만원으로 7.9% 상승한데 그친 것과 비교했을 때 4배 가량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제주 지역 평균 임금(224만원) 근로자가 97개월, 무려 8년을 돈 한 푼 쓰지 않고 모아야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주도가 신규 택지 개발에 나서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뾰족한 답은 없어 보인다. 
 
제주 지역 주거용 건축허가가 지난해에 비해 갑절 가까이 늘었다. '짓는 대로 팔린다'는 말이 나올 만큼 주택 수요가 활발하다. 여기에는 외지에서 제주로 이주하는 인구가 늘어난데 따른 현상이란 해석이 붙는다.
 
9월말 현재 제주 순유입인구는 1만597명으로 '1만명 돌파' 시점을 지난해에 비해 3개월 앞당겼다. 제주도민이 한달 평균 1000명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대로라면 집을 지어봐야 수요를 맞추기는 어렵다.
 
현장의 목소리는 또 조금 다르다. 제주 순유입인구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전매 차익 등을 노린 위장 전입 사례 등 허수가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혁신도시 등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올들어 제주 총전입 인구만 7만347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만9726명에 비해 3750명 늘었다. 어느 숫자를 어떻게 맞추던지 수요 예측이 쉽지 않다. 
 
늘어난 숫자만큼 주택을 공급하면 된다는 단편적 주문도 있지만 무엇보다 다주택자와 실수요자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계속해 집값만 올릴 공산이 크다. 
 
제주 지역 자가점유율은 56.2%로 전국 16개 시도 중 11번째 수준이다. 집값이 올랐다고 하지만 '당장 집을 팔아도 옮길 집을 구하기 어렵다'는 말이 현실이다. 
 
언젠가 '응답하라 2015'를 부를 때 미친 집값 타령만 할 수는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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