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필 제주국제대 부속 지역아동센터 제주지원단장·논설위원

제주지역사회는 과거와 달리 다양한 구성원이 혼재돼 공동체를 이루고 있지만 이 땅에 발을 딛고 살게 된 동기는 각각 다르다. 

동기에 따라 욕구가 다를 것이고 제주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그리는 관점 또한 다를 것이다.
 
공동체에서 분류한다면 필자는 제주도민 중 제주에서 태어나 유소년·청년기를 보내고 제주사람과 결혼으로 제주를 떠나본 적이 없는 제주도민이다. 
 
이주해 온 사람은 필자를 주민이라고도 부른다. 이런 제주도민들은 최근 급변하는 제주가 안타깝다. 그리고 불안하다.
 
사람들이 제주로 모이고 있다. 항상 인구 때문에 도세(道勢)의 한계에 부딪혀온 제주였기에 인구유입 현상은 반가운 일이다. 제주에 사람이 많아지면 지금보다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제주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이 되면서 수많은 관광객과 이주민이 오고, 외국인 투자도 늘고 있지만 생소하게 변해가는 제주의 모습과 예전엔 볼 수 없던 현상들을 접하면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우선 인구 유입에 따라 부동산 수요가 많아지면서 자본의 유입은 당연하겠으나 이 틈을 타고 투기자본이 슬며시 껴들어 왔다. 
 
제주 부동산은 투기의 대상이 되며 땅 값이 요동치고 집값은 미쳐 날뛰며서민의 희망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최근 부동산 폭등은 있는 자에게는 돈벼락이겠지만 없는 자에게는 날벼락이다. 경제 계층 간 간극이 벌어지고 주거비용이 상승하면서 서민들은 점차 도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향후 제주사회에 떨어질 불벼락의 예고이다.
 
인구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의 증가는 폭발적이다. 거리에 나서면 사람보다 자동차가 더 많다. 출·퇴근 시간 도심지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좁은 골목길조차 자동차 행렬이 이어진다. 운전이 아니라 곡예를 해야 할 지경이다.
 
제주의 매력은 청정 자연환경에 있건만 수려한 경관은 물론 생태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온전한 한라산의 모습을 이젠 볼 수 없다. 우후죽순 들어선 건축물들은 해안경관을 막아섰다. 
 
골프장, 숙박시설, 테마파크를 짓는다며 곶자왈마저 마구잡이로 파헤쳤다. 제주사람은 돈이 있다 해도 엄두를 못 낼 개발을 외국투자 자본은 잘도 해낸다.
 
'인구가 증가하면 소비수요가 증가해 지역산업이 발전하고 경제 성장을 돕는 효과'를 가져온다 했다. 
 
대규모 개발을 하면 소위 '낙수효과'라는 것이 있어 일자리가 늘어나며 삶의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제주도민이면 누구나 들어본 설득이다. 그런데 막상 인구유입에 따른 이득에서 도민은 배제되고 부작용만 도민의 몫으로 남겨지고 있다.
 
'이러다 제주는 망가지고 훌라 춤을 추며 관광객이 던져주는 동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하와이 원주민 꼴이 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을 토로하는 사람마저 있다.
 
아차 하면 '주인'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정서가 팽배하다. 막막한 걱정이 깊어간다. 
 
그나마 이 시점에서 다행인 점은 제주도정이 미래의 지향점을 찾기 위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래비전의 중심가치를 청정과 공존으로 정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제주 미래비전은 2030년 이후까지의 미래를 내다보고 수립되는 계획이다. 부디 지금 제주도민의 걱정이 기우(杞憂)였다고 훗날 말할 수 있도록 해 주길 바란다.
 
변화하는 제주, 감각은 위기를 느끼고 있는데 이를 기회로 만들 이성은 도저히 작동하질 않는 제주도민의 한 사람이 제주도정을 향해, 제주도백을 향해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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