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 차장

일찍이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에서 '황금의 땅'이라 예찬한 미얀마. 찬란한 불교문화를 보유했던 미얀마가 지금은 53년간의 군부독재와 부정부패로 신음하는 황폐한 나라로 전락했다. 하지만 최근 미얀마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5년만에 자유·보통선거가 실시되면서 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의장이 있다.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 제1야당인 NLD를 사실상 압승으로 이끈 그녀는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다. 그녀는 '어머니 수' '더 레이디'로도 불린다.

아웅산 수치는 미얀마의 독립 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이다. 15세때 영국으로 건너가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그녀는 영국인과 결혼해 30여년간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1988년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사건이 일어난다. 어머니 간병을 위해 귀국했다가 경찰의 대학생 구타 사건을 계기로 일어난 이른바 '8888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고 이후 수도 양곤에서 열린 50만명이 모인 집회에서 연설하며 민주화 지도자로 떠오르게 된다. 그녀가 주도한 민주화 운동은 군부 독재자 네윈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했지만 철권통치는 계속되고 수치 여사는 1989년 가택연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15년간의 가택연금에도 그녀는 굴하지 않았고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1999년 남편이 사망했을 때 입국이 거부될 것을 우려해 출국을 포기할 만큼 조국의 민주화에 대한 신념이 강했다. 마침내 지난 2010년 가택 연금에서 풀려나며 정치 활동을 재개, 2012년 재·보선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야당도 압승을 거뒀다. 수치 여사는 외국 국적 배우자나 아들을 둔 경우 대선 출마를 금지하는 헌법 조항 때문에 대통령은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헌법을 개정한 뒤 대선에 나올거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번 총선에서 NLD가 압승해도 미얀마 민주주의의 앞날이 순탄치 만은 않다. 행정부를 장악한 군부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선거 결과가 불굴의 의지로 싸워온 수치 여사의 민주화 운동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게 될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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