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모 변호사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게 한 원인을 제공한 '유책 배우자'는 상대방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지난 50년간 일관된 대법원의 입장이었다. 혼인 관계가 파탄된 이상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받아줘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이 제기돼 왔지만 지난 9월15일 13명의 대법관 중 6명의 반대에도 재차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유책 배우자가 이혼 청구할 수 있는 사유를 확대했다. 종래 '상대방 배우자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으로는 이혼에 불응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혼인의 계속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등 이혼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 한해서만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해 왔다. 이에 더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충분히 이뤄진 경우나 세월의 경과에 따라 유책 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돼 쌍방의 책임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에도 이혼청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지는 유책 배우자의 책임의 태양과 정도,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 계속의사 및 유책 배우자에 대한 감정, 당사자의 연령, 혼인생활의 기간과 혼인 후의 구체적인 생활관계, 이혼이 인정될 경우의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사회·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복지의 상황 그 밖의 사정 등을 함께 고려해 예외로 인정되는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