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이사 논설위원실장

프로축구 구단인 제주유나이티드FC가 제주를 연고지로 경기를 해온지도 벌써 10년에 이른다. 지난 2006년 2월 1일 제주도·서귀포시와 제주유나이티드가 맺은 연고 협약 만료일이 두 달 반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측은 탐색전이 한창이다.

협약 체결 당시 서귀포시는 구단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다. 연고지 이전에 따른 인센티브로 도와 시가 10억원씩 20억원의 현금을 지원하고 서귀포시는 58억원을 투입, 천연잔디로 만든 전용축구장 2개 면을 제공하는가 하면 10년간 제주월드컵경기장을 무상 사용토록 했다.

서귀포시는 제주유나이티드가 그동안 매년 20~25게임을 치르며 프로축구 불모지인 제주에서 도민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귀포시는 지역에 대한 기여도 분석과 함께 기존 협약 내용을 재검토하면서 구단측과 실무협상을 진행중이다. 그러면서도 1083억원이라는 큰 돈을 들여 지은 월드컵경기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제주유나이티드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구단은 우선 U-12·15·18팀 등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통해 유망주를 키워내고 홍정호·심영성·강준우·장은규·김상원과 같은 스타 선수들을 배출,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1사 1교 지원 등 매년 100회 이상 지역공헌활동을 실시하고 조릿대사업단, 농협, 제주대, 빵집 등 30여개 학교 및 지역업체와 공동 마케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 프로구단 최초로 2014년 스포츠산업대상(대통령표창)도 받았다고 내세운다.

여기에다 제주유나이티드는 최근 서귀포시에 월드컵경기장을 활용한 자체 수익사업을 제안, 재협약에 역시 적극적인 모습이다. 구단은 관광과 접목, 경기장에 어울리는 시설로 관중을 더욱 끌어들여 수입을 극대화함으로써 자립 운영 기반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양쪽이 재협약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도내 축구계에서는 온도 차가 확연히 느껴진다.

축구계에서는 일단 제주유나이티드가 있어야 한다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는 반면 그동안의 기여도에 대해서는 냉혹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사실상 중·고교팀인 U-15, U-18팀이 대부분 다른 지역 출신 선수들로 채워져 도내 선수 기량 향상과 축구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최근 몇 년새 도내 초·중·고 축구팀에 대한 지원이 거의 끊겨 구단 명칭에 '제주'만 들어갔을뿐 제주축구 발전과는 관계없는 SK축구단이라고 깎아내린다. 대다수 도민들 또한 제주유나이티드가 제주에 머무른 10년동안 무엇을 했는지 회의적이다.

이같은 여론에 대해 구단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구단측은 U-15 및 U-18팀에 도내 출신을 뽑고싶어도 전력 약화를 걱정하는 중·고교팀 지도자들의 반대로 뽑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홍보를 위해서라면 해마다 200억원의 적자를 보면서 굳이 제주에서 팀을 운영할 필요가 있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또 한정된 재원으로 일선 학교 축구팀에 떡반 나누듯 골고루 지원하느니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집중 육성, 긍극적으로는 프로선수로 키워내는 것이 도내 축구발전에 더욱 기여하고 프로구단 운영 취지와도 맞는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축구계와 제주유나이티드의 입장이 확연히 갈린 가운데서도 딱 일치하는 대목이 있다. 바로 제주유나이티드가 축구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면서 도민의 사랑을 받는 제주도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이견에도 불구하고 지향점은 같은 만큼 양쪽이 제주축구발전이라는 대의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한다면 해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도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온전히 구단측 몫이다.

학교축구는 물론 성인축구를 즐기는 도민들이 앞으로도 계속 제주유나이티드의 홈경기가 열리는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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