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 차장

30년 전에 상상했던 2015년은 어떤 모습일까.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아이들은 호버보드(공중부양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논다. 영화관앞에서는 입체 영상 예고편이 나온다. 자동 끈 조절 운동화를 신고 버튼만 누르면 몸에 맞춰지는 옷을 입는다. 어째 지금보다 더 앞서 나간 느낌이다. 하지만 사람들마다 손에 든 스마트폰은 당시 예측을 못한 것 같다. 영화 '백 투 더 퓨처2'(로버트 저메키스 감독·1989년작)에서는 주인공 마티가 미래 자신의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1985년에서 2015년 10월21일로 날아간다. 얼마전 재개봉한 영화를 보니 과거의 상상력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최근 극장가에 재개봉 바람이 일고 있다. 영화속 배경인 2015년 10월21일에 맞춰 재개봉한 '백 투 더 퓨처2' 만이 아니다. 멜로 영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터널 션샤인'(미셸 공드리 감독)이 10년만에 다시 선보여 2005년 누적 관객수에 육박하는 인기를 끌고 있다. 쿠바의 전설적인 밴드 이야기를 다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빔 벤더스 감독, 2001년 개봉)은 2005년 재개봉했고 10년만에 다시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이밖에도 타지역에서는 '공동경비구역JSA' '아마데우스' '천녀유혼' '영웅본색' '렛미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이 상영됐거나 상영을 준비중이다. 넘쳐나는 정보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도 힘든 요즘 왜 옛 영화들이 다시 상영되는 걸까. 우선은 '복고'와 '추억' 트렌드 덕분이다. 현실이 힘들게 느껴질 때 잠시 멈춰 서서 과거를 돌아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다. 복고가 과거로의 퇴행이 아니라 현재의 모자람을 채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그 시절 그 영화의 감동을 다시 느껴 보고픈 중장년층에 더해 소문으로만 들었던 명작을 보려는 20대들도 관심을 보이면서 관객몰이를 하는 것이다. 영화 배급사측에서도 재개봉작은 홍보를 거의 할 필요가 없어 신작에 비해 비용 대비 효과가 좋다는 장점이 있다.

도로에서의 역주행은 위험하지만 추억으로의 '역주행'은 가끔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놓쳤던 명작을 극장에서 제대로 보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추억은 힘이 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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