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 차장

우리나라는 과연 테러에서 안전할까? 얼마전 프랑스 파리에서 이슬람국가(IS) 무장조직이 자행한 연쇄 테러로 130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일어나면서 국내에서도 테러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그래도 한국은 총기소지를 불법으로 하고 있어 '테러 청정국'이라는 인식이 비교적 강했다. 하지만 국외 파병 등으로 '테러와의 전쟁'에 간접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최근 '테러방지법' 처리가 또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테러방지법은 지난 14년간 해외에서 대형 테러가 터질 때마다 입법이 추진됐지만 논란만 벌이다 중단하기를 반복해왔다. 지난 2001년 9·11사태를 계기로 국회에 처음 제출된 테러방지법안은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테러의 범위가 광범위하고 국정원에 수사권이 부여되면 권한 남용 우려가 있다'고 반대하면서 장기 표류됐다. 2003년 11월에는 정부가 제출한 법안 일부를 수정한 정보위원회 대안이 상임위에서 의결됐고 법제사법위 심의까지 거쳤지만, 대테러센터를 국정원 아래 두는 문제 등을 놓고 논란이 일면서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4년 6월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한 김선일씨 피살사건이 발생하면서 정치권이 다시 테러방지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입법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이듬해인 2005년 7월 영국 런던 테러로 정치권이 재차 테러방지법 처리를 논의했지만 옛 안기부의 도청사건으로 제동이 걸렸다. 이후 2009년 예멘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사건을 계기로 입법 필요성이 다시 고개를 들기도 했지만 역시 성과없이 끝났다.

현재 제출된 테러방지법안의 최대 쟁점은 대테러 활동의 주도권을 국정원이 쥐느냐 여부다. 이 법안대로라면 국정원은 국방부·행정안전부·법무부 등 관계기관의 대테러 업무 전체를 기획 조정하게 된다. 또 국내·외 모든 정보를 합법적으로 수집할 수 있게 되는데 휴대전화 감청과 금융정보 수집도 광범위하게 할 수 있게 된다. 테러방지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인권침해와 권한남용을 막을 대책은 있는가. 국민의 안전을 위한 법이라면 국민들 불신부터 해소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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