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화고 편집부원들과 강성엽 지도교사.<부현일 기자>  
 

 결코 화려하지 않은 작은 울타리 안이지만 자신의 꿈이 마치 세계를 정복할 수 있다는 야망으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이라면 우리의 미래를 맡기더라도 결과가 어둡지만은 않을 거다.

 수능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아직 학교는 어수선한 풍경이다. 하지만 쉬는 시간 어느순간 흐트러졌다가도 수업 시작종과 함께 금새 제자리를 찾아가는 학생들의 발걸음. 그속에서 ‘지킬 것은 지킬 줄 아는’요즘 청소년들의 진일보한 의식이 느껴진다.

 세화고등학교. 구좌읍에 위치한 지역 고등학교지만 변두리에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해박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청소년들이 지키고 있다.

 또 마을리장·청년회장·부녀회장이 되고 싶다는 장난끼 섞인 말투속에서 자신의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양보다 질’

 교지콘테스트에서 우수 교지에 선정된 세화고 「비원」은 표지에서부터 심상치 않음이 느껴진다. 여느 교지와는 다르게 학생들 각양각색의 웃는 모습을 담아 세화고 모두의 숨결이 담긴 교지임을 자부했기 때문이다.

 「비원」 편집부원은 김원구·고혁진(이상 3학년)·강진애·송정림(이상 2학년) 학생 등 4명과 강성엽·오윤선 교사까지 합해 겨우(?) 6명이다. 타학교 교지 편집부원에 비해서는 훨씬 적은 숫자지만 이들의 강력한 주장은 ‘양보다 질’, 각자 담당 파트를 기획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원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지에 실린 원고도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교사와 학생간 메일 송수신으로 이뤄졌다.

 사실 「비원」을 만든 첫 의도는 교지콘테스트 출품이 아니었다. 하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어 만든 완성작을 가지고만 있기에 안타까웠고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고교시절의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만들어주고 싶어한 학교의 배려가 더 컸다.

 그래서 억지로 읽히는 교지보다 학생들 스스로 읽으려고 하는 교지가 되고 싶었다.

#일본문화, 다 나쁘지 않다

 「비원」에는 기존의 교지 틀을 깨지 못한 것이 하나 있다. 문예당선작들로 상당수의 페이지를 채운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쫓아올 수 없는 「비원」만의 것이 이런 하찮은 지적조차 무색케한다.

 바로 특집으로 다룬 ‘일본 친구들과의 만남’과 ‘디지털 세대로 거듭나기’가 그것이다.

 세화고등학교가 지난 97년부터 교류해오다 2000년 7월 자매결연을 맺은 오비린 고등학교를 소개하고 일본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시각을 과감히 담아 눈길을 끈다.

 일본 특집을 담당한 고혁진 학생은 “일본 학생들에게는 규제보다 자율이 보장돼 있어서인지 첫 인상부터가 깨끗하고 밝았다”며 “이번 탐방을 통해 세화고와 오비린고, 넓게는 제주와 일본의 학교문화를 비교해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디지털 세대로 거듭나기’는 현재 대중화되고 있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개념에 대해 접근하기 위한 특별한 시도다.

 지도교사가 마련한 ‘포토에세이’도 특별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용눈이오름·토끼섬과 제주의 전통 주거형태인 초가풍경을 렌즈 속에 담아 세화고생들이 밝고 순수할 수밖에 없는 주변 풍경을 자랑했다.

#청소년문화 견인차 역할

 「비원」제작 후 편집부원들은 더 좋은 제주여행지를 소개하지 못한 것, 전체학생이 참여하지 못한 것, 문예코너를 짧게 해야하는 데 그러지 못한 것 등 아쉬운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지난 한라문화제 부대행사로 마련된 사투리경연대회를 세화고 것으로 각색해 제주4·3을 주제로 다룰만큼 시대의 흐름을 그냥 따라가지만은 않는 이들이다.

 강성엽 교사는 “「비원」은 학교 전체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공론화 시켜주는 우리들만의 대변자다”며 “학생들에게 개방은 됐지만 접근이 어려운 문화나 생활을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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