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 차장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이자 세계 7위의 부호인 마크 저커버그의 기부가 화제다. 그는 얼마전 딸을 출산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자신과 그의 아내 챈 저커버그가 보유한 페이스북 지분 99%를 공익사업기관인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시가로 450억 달러(약 52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저커버그는 또 딸에게 보내는 공개편지에서 "모든 부모들처럼 우리는 우리가 사는 오늘의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네가 자라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최근 IT기업 부호들이 모여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자선 자본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자선 자본주의(philanthrocapitalism)'는 '자선(philanthropy)'와 '자본주의(capitalism)'를 합성한 것으로 소외된 이웃을 위한 전통적인 자선이 아니라 특정 가치의 실현을 위해 돈을 내놓는 사회 개입 행위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빌 게이츠와 멀린다 게이츠가 설립한 게이츠 재단은 주로 에이즈·마약 퇴치 등 보건의료나 교육기회 확대 등에 주력한다. 백만장자이면서 사회 공헌의 모범이 되는 빌 게이츠나 부자들 세금을 더 걷으라는 워렌 버핏 같은 미국 갑부들을 보면 부러운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부자들의 이런 선의를 마냥 칭송하고 부러워해야할까. 물론 사회를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린 그들의 뜻은 존중하고 기부문화의 확산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저커버그가 설립하려는 공익사업기관은 유한책임회사(Limited Liability Company·LLC)로 일종의 영리기업이다. 말하자면 저커버그는 유한책임회사를 설립함으로써 기부 뿐만 아니라 정치적 참여와 사업 투자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금권력이 사회·정치적 권력까지 쥐게 되는 것을 우려하는 이유다.

요즘 우리 사회에 흙수저, 금수저라는 말이 화두가 되고 있다. 자식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려는 것은 세상 모든 부모의 소망이다. 부익부 빈익빈, 부의 대물림이 심화되는 사회에서 서민들도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도록 사회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부자 기부보다 부자 증세가 더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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