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1세대 김시종 시인 회상기 일본 '오사라기 지로상' 수상
재일동포 작가로 두번째…"제주의 깊은 상처 4·3 정면" 호평
재일 1세대 원로 시인 김시종 작가(86)가 쓴 4·3 이야기를 담은 회상기 「조선과 일본에서의 삶-제주도에서 이카이노로(이와나미신서)」가 제42회 오사라기 지로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는 소설가 김석범 작가가 지난 1984년 4·3소설 「화산도」로 오사라기 지로상을 받은 이후 재일동포 작가가 받은 31년만에 수상으로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고 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사는 20일 "회피하지 않고 토해낸 지나온 세월-'제주 4·3사건' 무거운 기억"이라는 제목으로 오사라기 지로상 수상자를 발표, 김시종 작가를 집중 조명했다.
아사히 신문사는 김 작가의 회고기에 대해 "가슴에 담아왔던 참혹하고 깊은 상처였던 4·3의 기억까지 정면으로 쓰고 있다"고 작품성을 높이 평가했다.
자서전 형식으로 지어진 이번 회고기는 김 작가의 일대기가 솔직하게 그려졌다.
1929년 함경북도 원주에서 출생한 김 작가는 7살 무렵부터 어머니의 고향 제주로 내려와 살았지만, 1949년 6월 4·3의 소용돌이 속에 일본으로 '도망'갔다.
아사히신문사는 김 작가의 생애에 대해 "죽음을 각오하고 스무 살에 청산가리를 소지하고 일본으로 밀항, 부모도 고향도 버리고 '자이니치' 조선인이 됐다"며 "일본에서 계속 살고 있는 그는 청년기 인생의 분기점을 정면으로 마주하기까지 67년이란 세월을 거쳐 이제야 책으로 엮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상은 김 작가가 고통스러운 4·3의 기억을 끄집어내고 세밀하게 고해하는 그의 용기에 대한 찬사인 셈이다. 빼어난 문장력은 기본이다.
김 작가는 아사히 신문사와의 통화에서 "벌 받을 거야"라고 자조인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는 "볼품없는 지난 세월을 쓸 생각은 없었다"면서도 "마음 무거운 회상기였는데, 섬의 역사에 도움이 돼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작가는 1950년 오사카신문에 일본어 시 '꿈같은 일'을 발표하면서 시 창작 활동을 시작, 1953년 잡지 「진달래」를 창단했다. 시집으로 「지평선」 「이카이노 시집」 「광주시편」 등을 발간했으며 1986년 에세이집 「재일의 틈새에서」로 마이니치 출판 문학상을, 2011년 시집 「잃어버린 계절」로 다카미 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