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성 전 제주도의회 의장

한 장 남은 을미년 달력이 유달리 무겁게 느껴짐은 무심히 흘러가 버린 세월의 아쉬움과 회한이 묻어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춘하추동 사시와 만물의 생로병사로 돌고 도는 자연의 이치에 무한한 경외감을 느끼며 옷깃을 여미게 하는 세밑이다.

2015년 을미년 격동의 한 해도 마침표를 찍어야 할 시점에 다가섰다. 마침표는 단순히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며 지나온 행적을 반성하고 새로운 한해를 여는 출발점이다.

지구상에는 수만 종의 생물이 치열하게 경쟁하거나 상생의 노력으로 종족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에서 인간만이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할 수 있는 것은 세월의 마디를 만들 수 있는 지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과 동물의 차이점은 시간을 과거·현재·미래로 갈라놓는 세월의 마디를 만들 수 있는 지혜에 있다.

짐승에게는 그 지혜가 없기 때문에 희망도 변화도 없이 영원히 같은 모습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세월의 마디를 만들고 그 마디를 넘을 때마다 지난날을 반성하고 각오를 새롭게 한다. 그 결과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며 문화를 형성해 만물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2016 병신년 새해. 결코 녹록지 않을 것이다. 만연하는 물질 만능주의와 날로 거칠어가는 인성, FTA에 흔들리는 1차 산업, 청년 일자리, 벽두부터 삐걱거리는 제2공항 건설 등 도전의 발목을 잡는 장애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4개월 안으로 다가선 총선을 앞두고 꿈틀거리는 당동벌이, 여기에다 고정관념과 자존에 집착해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도와 도의회의 대립은 세모를 우울하게 하고 내일을 몹시 불안하게 한다.

제주특별자치도 10주년을 앞둔 세모. 변화의 길목이다. 어떤 마음으로 나가야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지 몇 가지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첫째, 오늘의 제주는 소외받던 변방에서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희망의 섬으로 위상과 역할이 바뀌었다. 이제는 지난날 극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불가피했던 배타성과 변방의식을 청산하고 세계로 미래로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

더 큰 제주를 위해 나와 내 것만을 고집하지 않고 남의 것도 받아들이는 세계인 의식으로 품격과 도량을 넓혀 나가야한다.

둘째, 천혜의 자연과 환경 보존의 토대 위에 추진되는 제주특별자치도, 영어교육도시, 신화역사공원, 제2공항 건설, 탄소 없는 섬 등 핵심 사업은 제주의 미래 비전이요, 가치인 동시에 세계무대로 나가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요, 교두보다.

비록 중앙정부의 관심과 이해가 아쉽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필코 성취하겠다는 도민 결의를 더욱 굳건히 해야 한다. 이것은 반드시 이 시대 제주인이 풀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셋째, 천연자연에 대한 마음을 확 바꿔야 한다. 남태평양 이스타 섬은 거대한 석상으로 유명하지만 환경운동가에게는 환경재앙의 본보기로 더 유명하다. 제주가 척박한 섬에서 보석의 섬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천혜의 자연이 있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자연을 경제대상으로만 보는 근시안적 생각으로 개발이 계속 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자연의 원형을 잃게 될 것이다. 자연은 경제개발 대상이 아닌 상생과 은혜의 대상으로 이 시대 화두다.

공직사회에 소원한다면 새 시대 희망을 만들어 도민의 가슴에 심어주고 그 실현을 위한 역량을 결집해 나가는 것이 공직자의 책무이며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미래가 달려있는 것이다. 오로지 사명감으로 신뢰받는 강하고 건강한 공직사회로 거듭나야 한다.

맞이하는 병신년 새해. 온 도민이 대동 화합해 봉산개도의 정신으로 백년대계의 큰 꿈을 펼쳐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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