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신화를 살펴보면 술은 속세의 음료가 아니었다고 한다. 술은 소마(Soma)라고 불리었는데 이 술은 술집에서 마시는 속된 음료가 아니라 신의 거룩한 음료였다는 것이다. 신들이 소마를 마셔야 불멸을 얻듯이, 인간도 소마를 통하여 불멸을 얻을 수 있다고 믿어졌던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신성한 제사 음식으로 소마를 마셨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은 술을 마심으로써 일상적인 탈출, 정상적인 의식의 흐름을 벗어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밤새 술에 취하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후회하고, 그러면서도 이런 과정의 반복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술이 주는 무한의 느낌 때문이다.
 
필름이 끊기는 순간 무시간, 무공간의 황홀을 체험하게 되고 필름이 끊어지는 상태까지는 아니라도, 일단 술에 취하면 평소 마음속에 꽁하니 지니고 있던 말도 스스럼없이 나오고 허풍도 떨고 온 세상이 모두 내 것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이런 기분을 얻고자 사람들은 술을 마시는 것이다.

술을 마시면 왜 머리가 아프고 속이 쓰리고, 필름이 끊기는 것일까?

술은 주성분이 ‘물’과 ‘에탄올’이다. 술을 마시면 일어나는 여러 현상은 에탄올(C2H5OH)로 인한 것인데, 위와 소장에서 흡수된 에탄올은 우리 몸 안의 독극물 분해 장소인 간에서 아세트알데히드로, 그리고 아세트산으로 바뀐다. 

에탄올에서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뀌는 것은 사람들마다 크게 차이가 없으나 아세트알데히드가 아세트산으로 바뀌는 것은 사람들마다 큰 차이가 있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속이 쓰리고 머리를 아프게 하는 숙취 물질이며, 독성이 강한 물질이므로 이를 빨리 분해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사람들마다 술을 마시는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은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필름이 끊긴다는 것을 의학용어로 블랙아웃(Blackout)이라 한다. 기억을 입력, 저장, 출력하는 과정 중 입력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의학계에선 에탄올의 독소가 직접 뇌세포를 파괴하기보다는 신경 세포와 신경 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 과정에 이상이 생겨 기억이 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에탄올이 뇌의 새로운 사실을 기억시키는 특정한 수용체의 활동을 차단하여 뇌의 신경 세포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글루타메이트라는 신경전달 물질도 활동이 멈추게 된다. 따라서 뇌의 신경 세포에는 새로운 메시지가 저장되지 않고 ‘공백의 시간’이 만들어 진다. 현대에 들어서서 술은 불로장생 보약도 아니고 신성한 제사 음식도 아니다. 술이 가지는 여러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스스로 절제할 수 있을 만큼의 술을 마실 수 있어야 한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강남지부 건강증진의원 김지연 과장은 “블랙아웃 현상이 장기간에 걸쳐 반복될 경우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혈관을 타고 온몸에 퍼지는데 특히 뇌는 다른 장기들보다 피의 공급량이 많기 때문에 뇌세포가 손상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초기엔 뇌의 기능에만 문제가 생길 뿐 구조적 변화 없이 다시 원상회복이 되지만 필름 끊기는 일이 계속 반복되면 탄성을 잃은 스프링처럼 뇌에도 영구적인 손상이 와서 종래에는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알코올성 치매에 걸리면 뇌가 쪼그라들면서 가운데 텅 빈 공간인 뇌실이 넓어지게 된다.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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