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호 전 유엔훈련연구기구 제주국제연수센터 소장

제주에 오는 관광객의 눈에 맨 먼저 띄는 것은 '세계가 찾는 제주, 세계로 가는 제주'라는 표어일 것이다.

언뜻 생소해 보이지만 제주를 대한민국에서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명품 도시로 만들겠다는 제주인의 꿈을 담은 것으로 이는 점차적으로 실현돼 오고 있는 현상이다.

외국인을 포함해 날로 늘어나고 있는 제주로의 인구 유입도, 제주가 살면서 활동하기 좋은 곳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로의 귀농, 귀어, 귀촌은 물론 문화 예술인들의 제주 정착도 이젠 하나의 추세가 돼가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개최된 '아트&아시아 제주'란 문화행사에 참가한 외국의 문화예술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제주의 자연이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킬 풍부한 소재가 됨을 잘 인식한다고 하면서 가능하면 제주에 와서 예술 활동을 하고 싶다는 희망을 표출했다.

제주는 '평화의 섬'일 뿐 아니라 '문화의 섬'이기도 한 것이다. 문화를 중심으로 한 제주의 발전이 제주를 세계 속의 명품 도시로 만들 기틀이 될 것이다. 이 점에서 자연과 사람, 문화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도정목표로 정한 것은 적실한 방향이라 하겠다.

이런 추세 아래에서 제주 동부에 새 공항이 건설된다는 것은 '세계 속의 제주'만들기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바깥 세계로 향한 관문이 제주의 양 날개처럼 기능해 제주를 세계 속으로 더욱 높이 띄워줄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지리적으로 동북아의 중심에 있는 만큼 이러한 지리적 이점을 충분히 살려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섬이라는 지리적 조건이 과거에는 고립과 폐쇄를 안겼으나 문명의 발전으로 지금은 더욱 진취적이고 개방적일 수 있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지도를 거꾸로 놓고 보면 제주가 동북아의 중심적 위치에 있다는 것을 더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에 걸맞은 역할을 제주가 해나가야 한다. 향후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제주 유치를 비롯해 동북아의 평화 문제를 논의하는 장으로 더욱 매진해야 하며 나아가 동북아의 문화적 축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문화 인프라를 더욱 확충해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이 지속되다 보면 자연히 늘어나는 인구를 바탕으로 제주 외에도 큰 도시들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

그간 난개발 현상으로 제주 도시들의 미관이 천혜의 자연과 어울리지 않은 모양으로 변천해 온 것이 사실이다. 세계 속의 명품 도시가 되는 데는 도시의 디자인이 중요하다.

천혜의 자연경관이 아무리 좋더라도 인간이 만드는 생활공간들이 이와 조화롭지 않다면 사는 사람은 물론 찾는 사람들의 눈에도 거슬릴 것이다. 이래서는 문화적인 도시가 되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도시의 기능을 높이되 미관을 미리미리 잘 디자인해 나가면서 그간의 난개발 부분도 점차 수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가 커짐으로써 제주가 점차 새로워진다면 동시에 제주인의 자세도 새로워질 수밖에 없다.

바깥 세계와의 교류가 심화되면서 그간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제주를 다녀간 사람들 상당수가 여전히 제주는 '배타적'이란 말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

세계 속의 제주를 지향하는 제주 사람들이 더욱 개방적인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이 점에서 흔히 외지에서 이주해온 사람을 뭉뚱그려 '육지사람'으로 말하는 습관은 그리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는다.

가급적이면 '육지'란 말을 덜 쓰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제주에 정착한 외지인도, 사는 마을과 제주 사회에 대해 더욱 친화적인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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