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마치고 결과지를 받았을 때 다짐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절주다. ‘술 때문에’켜진 건강적신호를 끄기 위해 새해 목표 중 하나로 절주를 다짐한다. 하지만 절주 다짐은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한다. “직업의 특성 때문에”또는 “건강상 별 문제없는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오늘도 퇴근 후 내 발걸음은 술자리로 향한다.  

남궁기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목표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신의 적정량을 넘어서 음주를 하는 경우 ‘절주’보단 ‘단주’를 실천할 때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남궁 교수는 “기분과 분위기에 취해 과음하는 사람은 이미 음주량을 조절하는 능력을 잃었기 때문에 절주를 실천하겠다는 마음가짐보다 단주를 실천하는 행동이 술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술 조절력을 상실했다고 스스로 인정하거나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의식적으로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 ‘단주’를 실천해야 술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술자리에 있더라도 술이 아닌 물이나 음주를 마시는 것이 좋다.  

술을 마셨을 때 머리가 아프거나 구심을 느낀다면 그 증상 때문이라도 절주가 가능하다. 그러나 술을 마셨을 때 없던 용기가 생기고 기분이 지나치게 좋아지는 사람은 마시는 양을 조절하지 못하고 계속 마실 우려가 높다. 남궁 교수는 “평소보다 술 마셨을 때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과음하는 성향이 짙다”며 “이러한 성향일수록 알코올 의존 고위험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남궁기 교수는 알코올 의존에 대한 무거운 정의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흔히 알코올 중독하면 가정에서 폭력을 일삼고 일을 등한시하는 인물들을 떠올리지만 가정의 행복이나 자신의 건강보다 술에서 행복감을 찾는다면 알코올 의존증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모나 형제 중 누군가 알코올 중독을 앓은 적이 있다면 본인도 술로 인해 문제를 경험할 확률이 높아지므로 주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직장인의 상당수는 한 설문조사에서 원활한 업무를 위해 술자리를 피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피하지 못하는 술자리라면 회사나 상사에게 자신의 의학적 상태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남궁 교수는 “병원서 절주상담을 받고 있다고 주변에 알리고 단주를 권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한다”며 “중독치료 편견 때문에 주위에 알리지 못할수록 치료 성공 가능성을 떨어지므로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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