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장막이 막 걷히는 새벽, 밤새 숨어 있던 능선과 오솔길이 바야흐로 자취를 드러낸다. 새벽은 노동도 휴식도 아닌 사유의 시간. 생명의 빛이 물안개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바로 그런 때이다.

 10여년 동안 동판작업으로 어슴푸레한 도시의 새벽 풍경 시리즈를 엮어온 제주출신 판화가 강승희씨(41·추계예술대 교수)가 5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트스페이스 서울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마련한다.

 이번 개인전은 강씨의 최근작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작품제목 ‘새벽-북한강의 안개’‘새벽-겨울한강’‘새벽-북한강에서’가 말해주듯 북한강의 새벽풍경이 대부분이다.

 작가 강승희씨는 최근 한강의 새벽모습에 푹 빠져 작업하고 있다. 부지런한 발품으로 한강의 곳곳을 더듬은 뒤 싱그러운 그곳 풍경을 흑백 판화로 옮겨냈다.

 도시의 새벽작업을 해왔던 과거보다 한발짝 더 나아간 것. 그는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이미 넘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의 작품 속에선 동양적인 정신세계를 느낄 수 있다. 삶의 섬세한 감성과 깊은 정신적 영감이 동시에 느껴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그의 작업 속에 존재하는 아퀴틴트(aquaint)기법과 에칭(etching)때문이다. 작가는 판을 부식시켜 농담을 조절하는 아퀴틴트 기법의 에칭 판화로 새벽빛의 우아함과 새벽 내음의 향기로움을 표현해내고 있다.

 이에 따라 그의 작품을 대하다 보면 판화라기보다 수묵화라는 인상을 받게 한다.

 전통기법과 장인정신에 기초하면서도 독자적 작품세계를 구축한 강씨는 개념이 모호해지는 한국의 판화예술에 하나의 지향성을 갖게 한다. 문의=(02)720-1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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