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 차장

'따뜻한 겨울'. 나눔으로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겨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겨울답지 않은 따뜻한 날씨가 잦아지는 반갑지 않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상고온으로 난방용품과 겨울 의류가 팔리지 않아 유통가는 아우성이고 제주 연안에서는 난류성 어류인 한치가 잡힌다. 엘니뇨란 페루·칠레 연안의 해수면 온도가 평균 0.5도 이상 상승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하고, 그중 2도 이상 높은 기온이 최소 3개월 이상 계속되면 슈퍼 엘니뇨라고 한다. 문제는 지구온난화가 엘니뇨를 더 강하고 오래 지속하게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세계은행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 '충격파:가난에 미치는 기후변화의 영향 관리'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오는 2030년까지 극빈층이 1억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빈곤층이 기후변화에 더 취약한 이유는 기후변화로 인해 농작물 수확 감소, 자연재해 증가, 질병 유행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농작물 수확량이 5% 감소함으로써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의 식품 가격이 12%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소득의 60%를 식비로 쓰는 빈곤층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 평균기온이 섭씨 2∼3도 올라가면 2030년까지 말라리아 감염 위험성이 있는 인구가 기존보다 약 1억5000만명(5%) 증가하고 15세 이하 어린이 사망자가 4만8000명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자연재해의 경우에도 주로 튼튼하게 지어지지 않은 집에 사는 빈곤층이 더 많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사회안전망·의료서비스 확대, 홍수 방지·조기경보 시스템 강화, 더위에 강한 농작물 생산 증대 등의 선제 조치로 기후변화의 부정적 효과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분석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각국 시민을 상대로 한 설문(복수응답)에서 지구촌을 위협하는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경제위기, 핵문제보다 기후변화(46%)를 꼽았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각심을 갖고 선제적 조치를 실행해나간다면 변화의 속도를 늦추고 충격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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