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 차장

1927년 미국 영화사 MGM(메트로 골드윈 메이어)의 루이스 메이어 사장은 자택에서 파티를 열고 영화협회의 필요성과 영화인 상을 만들 것을 설파했다. 그해 여름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설립됐고 2년뒤 할리우드 루즈벨트 호텔에서 270여명의 영화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제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초창기 아카데미상은 20여명 정도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11개 부문을 선정했지만 지금은 25개 부문에 대해 시상하는 등 성장했다. 또 아카데미상은 트로피의 애칭인 오스카상으로도 불린다.

아카데미상은 현재 세계 영화시장을 움직이는 할리우드의 힘 덕분에 세계인이 주목하는 행사로 부상했지만 어쨌든 미국 영화인들의 집안 잔치일 뿐이다. 수상 조건을 보면 전년도 1월1일부터 12월31일 사이에 로스앤젤레스 지역 극장에서 1주일 이상 상영된 70㎜ 및 35㎜의 미국 및 외국인 장·단편 영화를 대상으로 한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상업성과 할리우드 중심의 영화산업을 비판하기도 한다. 거기에다 최근에는 '백인만의 잔치'라는 불편한 진실이 추가됐다.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제88회 아카데미상 후보들을 보면 지난해에 이어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 후보 중 유색인종은 단 한명도 없다. 지난해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실화를 다룬 '셀마'가 작품상에 올랐지만 흑인감독 에바 두버네이와 주연배우 데이비드 오옐로우가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빠져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올해는 전설적인 힙합 뮤지션의 실화를 다룬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이 각본상에 간신히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지난 2002년 제74회 시상식에서 덴젤 워싱턴과 할리 베리가 동시에 흑인 남녀 주연상을 받은 것이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됐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카데미상 후보를 선정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6000여명 중 90% 이상이 백인이고, 남성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다음달 28일 열리는 아카데미상에는 성악가 조수미가 한국인 최초 주제가상 후보에 올라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아카데미상에 '너무 하얀 오스카(Oscars So White)'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세계인의 영화 축제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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