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 차장

변변한 스타 선수도 없었다. 이전 팀들에 비해 실력과 이름값이 떨어진다는 뜻으로 '골짜기 세대' 라는 명예롭지 못한 별명도 얻었다. 거기에 전임 감독의 중도 사임으로 뒤늦게 감독 지휘봉을 잡은 탓에 조직력이 약하다는 평가까지 뒤따랐다. 하지만 소통의 리더십은 마술을 부렸다.

세계 최초 올림픽 8회 연속 본선 진출. 역대 최약체로 평가받던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이뤄낸 금자탑이다. 비결은 신태용 감독의 소통을 앞세운 공격 축구였다. 현역선수시절 성남에서만 13시즌을 뛴 신 감독은 401경기에 출전해 99골 68도움으로 K리그 역사상 첫 60(득점)-60(도움)을 달성했다. 1993년부터 1995년까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두차례 리그 3연패를 이끌기도 했다. 2010년 성남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고 2011년 FA컵 우승도 차지했지만 황선홍, 홍명보, 최용수 등 같은 연배의 스타 사령탑들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더구나 현역시절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고,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본선에 출전했지만 득점도 못했고 팀은 3무로 탈락했다. 그런 신 감독이 지난해 2월 올림픽 대표팀을 맡게 되면서 주위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컸다. 하지만 신 감독은 "즐겁고 재미있게, 이기는 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또 신 감독은 선수들과 끊임없이 대화했다. 훈련 과정에서 생기는 고민과 문제점을 털어놓고 같이 고민했다. 23세 이하인 선수들은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샘'이라고 불렀다. 이전 국가대표팀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분위기의 변화였다. 신태용호는 이번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챔피언십 조별 예선에서 까다로운 팀으로 꼽혔던 우즈베키스탄을 2-1로 누른 뒤 예멘과의 2차전에서 5-0이라는 화끈한 승리를 거뒀다. 이라크와 요르단과의 경기에서는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홈팀이자 강팀으로 꼽혔던 카타르를 3-1로 물리치며 리우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이번 AFC U-23챔피언십 우승컵은 아쉽게 일본에게 내줬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하다. 도하에서 변화를 이끌어낸 신태용 리더십이 올 여름 리우 올림픽에서는 어떤 역사를 쓸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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