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위치건축이 설계한 제주시 보건소. <김대생기자>


IMF는 건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예산의 부족 등을 이유로 IMF 이전에 계획됐던 건물과는 다른 기능의 건물이 나오기도 했으며,한정된 예산에 짜맞추면서 기획의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물도 등장하곤 했다.

제주시 연삼로에 위치한 제주시보건소(설계 경영위치건축)는 새로운 보건소의 모델을 제시한 건축물이다.그러나 IMF로 인해 원래 의도를 다소 벗어나 지어져 아쉬움을 남긴다.제주시보건소를 설계한 경영위치건축은 김승회 강원필씨등 2명이 이끌고 있다.

경영위치건축은 지난 95년 보건복지부가 공모한 농어촌 공공보건의료기관 현상설계에 당선됐다.표준설계 5개부문(보건소,진료소,보건지소,통합 시·군보건소)에 모두 선정된 것이다.

경영위치건축이 설계한 보건소는 기존의 보건소 개념을 뛰어넘고 있다.단순한 치료기능이 아니라,치료이전에 건강증진·예방교육이 요구되는 미래 보건소의 의미를 담았다.

제주시장은 “제주도는 밭농사가 주를 이룬다.그래서 노인들은 퇴행성질환을 많이 앓고 있다”며 노인과 관련된 기능 보강을 요구했다.경영위치건축은 노인들의 건강증진 개념을 담기 위해 별관을 시설했다.그렇지만 건물이 지어지면서 별관은 사라졌다.IMF로 인한 예산감축이 이유였다.본건물과 별관이 하나의 구성체로서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으나 이런 의도가 소멸돼버리고 말았다.

경영위치건축의 강원필씨는 “제주의 지역성을 해석하면서 제주시보건소를 설계했다”며 “지역주민에 서비스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설계했으나 애초 계획에서 벗어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제주시보건소는 절반의 완성물이지만 새로운 보건소의 출발점이라는데 나름대로 의미를 지닌다.

이 건축물은 한라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전면에는 왕복 6차선 도로가 차지하고 있다.그래서 보행자가 느끼는 건물로서의 역할보다는 빠르게 질주하는 차량에서 바라보는 건물에 초점을 뒀다.

형태면에서는 제주초가를 연상시킨다.지붕에서 푸근한 제주초가의 느낌을 받는다.

특히 이 건물은 앞뒤를 구별짓지 않았다.건축물에 전후,좌우를 둔다는 것은 강력한 질서를 의미한다.제주시보건소는 둥그런 평면구성을 통해 강력한 형태질서를 거부하고 있다. <김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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