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민들은 타향살이에 깊어진 외로움을 잠시 내려놓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왁자지껄 축제를 즐겼다. 변미루 기자

'제13회 외국인 가족 페스티벌' 500여명 참석
고향 그리워도 친구들 만나 따뜻한 명절 의미

제주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들이 한 바탕 축제로 함께 어우러지며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9일 오후 2시 제주시 아라동 제주성안교회에서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주여성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3회 외국인 가족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노래자랑과 마술쇼, 게임 등이 화려하게 펼쳐지며 참가자들의 흥을 북돋았다. 외국인 주민들은 타향살이에 깊어진 외로움을 잠시 내려놓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왁자지껄 축제를 즐겼다.

노래자랑에서 임재범의 '낙인'을 멋지게 소화해낸 폴 크루스씨(29·필리핀)는 고향에 있는 12명 대식구의 장남이다. 그는 "한 달 전부터 틈틈이 연습해 노래자랑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돈 많이 벌어 집에 돌아갔을 때 가족들과 멋진 곳에 놀러가고 싶다"며 꿈을 밝혔다.

제주에서 오징어잡이 배에 오른 4년 전부터 꾸준히 축제에 참여하고 있는 크리스노씨(30·인도네시아)는 "고국에 있는 아내를 보고싶지만 항공료만 1달 월급과 맞먹어 꿈도 꾸기 어렵다"면서 "설날 친구들과 이렇게 축제에서 얼굴이라도 보며 허전함을 채운다"고 말했다.

9일 오후 2시 제주시 아라동 제주성안교회에서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주여성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3회 외국인 가족 페스티벌'이 열렸다. 변미루 기자

결혼이주여성인 미겔시라나벨씨(33·여·필리핀)는 고향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10년 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이후 고향에 좀처럼 가지 못했다"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이렇게 명절 때마다 한국에 머무는 친구들이라도 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공연장 밖에서는 무료 미용실이 성황을 이뤘다. 미용 재능기부 단체 '카라' 소속 미용사 4명은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손님에 재빠르게 가위를 움직였다.

미용사 김경희씨(44·여)는 "타지생활이 얼마나 어렵고 외로운 줄 알고 있다"면서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재능기부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소영 제주이주민센터장은 "모두가 함께 즐기고 기쁨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면서 "올해는 항상 건강하고 소망하는 모든 꿈 이루는 새해가 되시라"고 덕담을 건넸다.

한편 제13회 외국인 가족 페스티벌은 제주이주민센터가 주최하고 서귀포이주민센터·쉴만한 물가·제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서귀포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제주도다문화가족지원거점센터가 공동 주관했다. 변미루 기자

미용 재능기부 단체 '카라'는 '제13회 외국인 가족 페스티벌'에 참여해 외국인 주민들을 상대로 무료 미용 활동을 펼쳤다. 변미루 기자
9일 오후 2시 제주시 아라동 제주성안교회에서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주여성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3회 외국인 가족 페스티벌'이 열렸다. 변미루 기자
제주에 거주하는 중국인 김철화씨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갈고 닦은 노래실력을 뽐내고 있다. 변미루 기자
제주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들이 한 바탕 축제로 함께 어우러지며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변미루 기자
9일 오후 2시 제주시 아라동 제주성안교회에서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주여성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3회 외국인 가족 페스티벌'이 열렸다. 변미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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