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이사·논설위원실장

제주도가 제2공항 건설에 온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전라남도는 아직도 목포-제주간 해저터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제2공항 하나만을 순조롭게 추진하기도 버거운 제주도 입장에서 해저터널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부 외국에서 이미 해저터널을 운영하고 있는데다 과거 제주도가 정부에 해저터널 건설을 건의했던 점까지 고려하면 해저터널에 대한 여진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해저터널에 관한 각종 기록은 일본이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1936년 혼슈와 규슈 사이 간몬 해저터널 건설공사에 착수, 1944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약 3.5㎞의 해저터널을 개통했다. 일본은 이어 1964년 세계에서 가장 긴 세이칸터널공사에 들어가 24년만인 1988년 3월 완성했다. 아오모리현-북해도 간 총연장 53.9㎞에 실제 해저구간 통과 길이는 23.3㎞다.

유럽통합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 영불해저터널(채널 터널)은 1986년 5월 착공, 1994년 5월 완공됐다. 도버해협의 지하를 통해 영국의 포크스턴과 프랑스의 칼레를 연결하는 이 터널은 총길이 50.45㎞에 해저구간 38㎞로 이뤄졌다. 총공사비 150억달러(18조원)가 순수한 민간투자로 조달된 영불해저터널은 그러나 유럽통합의 상징물이라는 의의에도 불구하고 터널 내 크고작은 사고와 만성적인 적자로 운영사인 유로스타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갖고 있는 해저터널이 최근 전남과 제주에서 심심치 않게 회자되고 있다. 

전남은 이달 초 국토교통부가 제3차(2016~2025년)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 '목포-제주 해저터널 고속철도 건설사업'을 제외한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전남은 "해저터널은 기상재해에 따른 제주의 고립이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며 "남해안 관광 활성화와 국가 균형 발전 등을 위해 목포-제주간 해저터널을 제주 제2공항 건설과 별개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저터널 건설 주장은 사실 제주도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김태환 제주도지사와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지난 2007년 9월5일 '21세기 새로운 연륙교통수단(제주-전남간 해저터널) 건설을 위한 대정부 공동건의문'을 통해 "국가기간 교통망에 제주-전남간 해저터널 건설계획을 반영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2012년 국토해양부의 타당성 용역 결과 해저터널의 경제성을 측정하는 B/C(비용 대비 편익 비율)가 0.71~0.78로 기준치 1에 훨씬 못미쳐 정부가 사업 추진을 중단한데다 현재 제2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등 당시와는 상황이 너무나 달라졌다.

특히 호남선 KTX 종착역인 목포에서 제주까지의 총연장이 세계 최장 세이칸터널의 3배인 167㎞(목포-해남 지상 66㎞·해남-보길도 교량 28㎞·해저터널 73㎞)로 완공까지 16년이 소용될 전망이다. 여기에다 총공사비가 16조8000억원으로 제2공항 건설 사업비 4조1000억원의 4배에 달한다. 또 이명박정부가 4대강 사업에 쏟아부은 22조의 76%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더욱이 해저터널이 건설될 경우 제주는 전 세계인이 동경하는 아름다운 섬이 아니라 육지와 이어진 하나의 섬에 그칠 뿐이다. 똑같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더라도 비행기를 타고 오면 하룻밤이라도 묵고싶은 관광지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오면 그날 떠나고마는 당일치기 관광지, 경유형 관광지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기상재해에 따른 고립을 막거나 인구·물류 이동을 확대하는 등 나름대로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해저터널은 역시 손대기 어려운 뜨거운 감자로 여겨진다. 

"제2공항 건설이 급선무이지 해저터널은 고려대상이 아니다"는 제주도의 입장에 공감하는 도민들이 대부분이라고 판단한다. 제2공항 재검토, 해저터널 추진 등 자칫 제2공항 건설에 재를 뿌릴 수도 있는 발언은 더 이상 나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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