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 차장

지난 20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경순 할머니(90)가 세상을 떠났다. 이달 15일에는 경남 양산의 최모 할머니가 별세했다. 이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44명이다.

귀향(歸鄕)이 아니다. 타지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소녀들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뜻을 담은 '귀향(鬼鄕, Spirits` Homecoming)'이다. 영화 '귀향'이 24일 공식 개봉했다. 귀향은 1943년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기차에 몸을 싣게 된 경남 거창에 살았던 열네살 소녀 정민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 기차 안에는 전국 각지에서 강제로 끌려온 소녀들이 모여 있었고, 이들은 중국에 있는 일본군 위안소에서 끔찍한 생활을 하게 된다. 영화를 연출한 조정래 감독은 2002년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강일출 할머니가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강 할머니는 열여섯 나이에 강제 동원돼 소각 명령에 의해 목숨을 잃을 위기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다. 조 감독은 '산자의 기록도 너무 끔찍한데 돌아가신 분들은 얼마나 괴로웠을까'를 생각하며 시나리오 집필에 들어간다. 하지만 제작비 마련은 쉽지 않았다. 한 대학교수가 지원해 준 300만원을 종잣돈으로 2014년 10월 귀향의 티저 영상을 유투브에 올렸는데 그것이 뉴욕타임스에 실리면서 세계 각지에서 후원금이 답지했다. 또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7만5000여명이 12억원을 모아줬다. 손숙·오지혜 등 배우들과 충무로 제작진들도 재능 기부로 동참했다. 기획된 지 13년만에 완성된 영화는 배급사를 찾지 못해 개봉이 연기됐고 국내·외 후원자를 대상으로 먼저 시사회를 열었다. 해외에서 열린 후원자 시사회에서는 미국·일본인들도 영화를 보고 펑펑 울기도 했다. 

지난해말 한·일 정부간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해 위안부 할머니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일본 정부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아픈 역사를 직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 3·1절을 앞둔 시점이라 영화 상영이 정치적으로 보여질 수 있다. 감독의 바람은 '귀향'이 할머니들의 넋을 위로하는 치유의 영화가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화해·평화가 실현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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