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두 제주언론인클럽·논설위원

제주의 감귤산업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에는 강수량이 많아 당도가 떨어져 제값을 못받았는데 이어진 한파는 예상외로 큰 피해를 남겼다. 더욱이 밭떼기거래를 한 일부 농민들은 아직도 수확을 못해 올해 농사마져 망쳤다고 울상이다.

농사는 환경에 맞게 변화하거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긴자만이 살아 남는 것이 현실이다. 60년대 고구마산업, 전국에 공급하던 주정, 제주 전역에 돌아가던 전분공장, 그 산업은 어떻게 됐는가.

4월이면 제주의 온 들녘을 노랗게 물들였던 유채, 화려했던 유채꽃잔치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품질이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맥주보리는 또한 어떠한가. 품종개량, 새로운 가공상품 개발, 유통에 실패한 제주의 1차산업의 현주소다.

재일동포 1세대들이 고향사랑의 운동으로 기증한 감귤은 한때 대학나무로까지 발전했다. 감귤산업은 거기까지인가. 감귤정책을 잠시 들여다보자.

1997년 감귤원 폐원사업은 사업에 참여했던 농가들이 다시 다른 품종의 감귤나무를 심어 예산만 낭비했다. 감귤유통명령제는 품질을 당도와 산도로 평가하지않고 1번과니 9번과니 크기로 일관하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큰 과일이 파치로 평가되는 과일이 감귤말고 다른 과일이 있는가. 감귤선과장등록제, 최근의 감귤혁신5개년계획도 농민들은 좋은 정책이라고 믿지않는다.

행정이 이렇게 중·단기 감귤정책을 내놓아도 효과를 얻지못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감귤은 밭에서 재배하고 농민들은 밭에 있는데, 공직자들은 사무실에 앉아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현장에 가는 것을 출장간다고 하는 현행의 근무형태로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현장감이 없는 아나로그식 사고로 디지털시대의 행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감귤산업의 위기에는 농협(감협)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적어도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은 농협이 책임지고 유통시키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요즘의 농협은 유통보다는 '농협은행' 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제주형 감귤품종이 개발되지 못한 것도 지적해야 한다. 일본의 감귤품종을 들여다 이름만 바꾼 한라봉 등을 재배하면서 '제주의 생명산업'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더욱이 감귤산업은 제주만의 특화된 산업이 아니다. 전남, 전북, 경북에 이어 충남에서도 감귤이 생산되고 있다. 그들은 말한다. 일조권과 물류비에서 제주보다 유리하니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비닐하우스의 진화는 겨울에도 딸기가 생산되고 수박, 참외, 토마토등 다양한 농산물이 계절에 관계없이 생산되고 있다. 더욱이 자라나는 세대들의 입맛의 변화다. 귤보다는 딸기를 좋아하고, 아니 겨울에도 건포도 딸기 키위를 넣은 빙수를 즐기는 것이 요즘의 젊은이들이다. 생산자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 중심으로 시장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늦었지만 생과위주의 정책에서 다양한 가공산업의 도입을 깊이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감귤의 생산량을 줄인다면 대체 작물은 무었인지도 검토가 돼야 한다.

기후온난화의 영향일까, 감귤나무와 열매에 변이종이 나타나고 있다. 하얀잎의 감귤나무, 노란색과 초록이 섞인 감귤나무, 하얀색 노란색 빨간색이 섞인 감귤나무, 그리고 그런 변이종 나무에 3색 감귤이 열리고 있다. 감귤의 진화인가. 현장조사를 해서 원인분석 등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인지, 더많은 변이종이 있는지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기초조사가 된다면 잎과 열매의 성분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변이종은 번식시켜 분재나 정원수 가로수 등으로 키우는 등 다양한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

감귤에 관한 낡은 노트는 이제 버릴때가 됐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