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 차장

미국 연방 수정헌법 제1조는 '미합중국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종교 행위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또 의회는 언론·출판의 자유 또는 국민들이 평화적으로 집회할 수 있는 권리와 고충 처리를 위해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을 제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 제21조 1항에서도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했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1872년 창간돼 140년간 지역 유력 일간지의 위상을 지켜온 '보스턴 글로브(The Boston Globe)'는 퓰리처상을 18회 이상 받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언론사다. 이는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스포트라이트'팀의 역할이 컸다. 올해 제88회 아카데미 작품상·각본상에 빛나는 영화 '스포트라이트'(Spotlight)는 이들의 실화다. 보스턴 글로브에 새로 부임한 편집장은 스포트라이트팀에 수십년간 터부시되던 가톨릭 사제들에 의한 아동 성추행 사건을 파헤칠 것을 요청한다. 기자들이 피해자를 만나고 관련 자료를 뒤지기 시작하자 사건에 연루된 사제가 한두명이 아니라 80명이 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이 주목한 것은 사제 개인의 추문이 아닌 잘못된 체계다. 보스턴 대교구의 추기경도 사제들의 잘못을 알았지만 처벌을 하지 않고 전출·병가 처리시켰다. 또 가톨릭 신자가 절반을 넘는 독자들, 사건을 소리없이 합의시켰던 검사·변호사, 기록 은폐를 묵인한 판사 등 취재를 가로막는 굳건한 벽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완전한 기사를 위해 거의 1년을 고군분투한다. 이들의 보도로 인한 파장은 컸다. 최소 16개국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고 사건 무마에 관련된 것으로 지목된 추기경은 결국 사임했다. 바티칸에서도 영화에 대해 "끔찍한 현실에 직면한 신자들의 충격과 깊은 고통을 들려줬다"며 호평했다.

속보 경쟁에 연연하다 '기레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한국 언론과 비교하면 깊이 있는 취재를 할 수 있는 그들의 언론 환경이 부러울 따름이다. 영화는 무엇보다 현실속에서 희미해져버린 언론의 순기능을 제대로 보여준다. 정도(正道)를 걷는 것은 힘들지만 가치는 더 빛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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