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렬 시인 「모래 마을에서」

"…순수한 열망을 빨아들이는 달콤한 속임수/진실을 가장한 간교한 지혜와 달변의 혓바닥/길들이기 위한 철저한 폭력/그런 속에 속내를 숨기고 탈출을 꿈꾸는 주인공…"('영화 노예 12년'중에서)

시인은 맞닥뜨린 상황을 외면하지 않는 것에서 자아성찰을 이루고 있다.  스스로의 역사인식을 굳게 믿고 있는 마음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비극과 4·3 등 역사의 아픈 상처를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서귀포시 신산리 출신인 김광렬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모래 마을에서」로 자연과 삶의 다양한 감정들을 이야기한다.

이번 시집에서 김 시인을 에워싸고 있는 장소는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들판, 비바람이 거센 마을 등 인간이 신체적·정신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곳이다. 4·3과 강정마을 등 장소가 품은 비극에 다가가고 절로 일어나는 감정은 72편의 시로 독자들에게 읽혀진다.

'누가 뭐라해도 쓰겠다'는 시인의 의지가 담긴 작품에서 역사가 던지는 진정성과 아픔을 공유할 수 있다. 도서출판 푸른사상·8000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