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전 한마음병원장·논설위원

얼마 전 세계적 기업인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우리나라 바둑계의 최고봉 중 한 분인 이세돌 9단과의 5번기에서 4대 1로 승리하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인들이 충격에 빠졌다. 이세돌 9단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프로 바둑인들과 국민, 심지어 인공 지능을 연구하는 분들도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예측하고 있던 참이어서 그 충격은 우리 국민들에게 특히 더 강력하게 다가왔다.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대학생 육성 프로그램인 H. R. Academy의 겨울 합숙 훈련에 특별 연자로 나오고 ㈜다음의 창업자인 이재웅씨조차도 인공 지능에 관한 강연에서 이번 대국에서는 이세돌 9단이 이기겠지만 인공 지능의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내년에는 이세돌 9단이 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이 전문가의 예측마저도 빗나갔으니 우리가 당황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재웅씨의 강연에서도 50년 후의 직업의 변화에 대한 말이 있었는데 지금 인기 직종인 의사, 변호사, 세무사 등 전문직들 중 절반은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증기 기관의 발명으로 촉발된 제1차 산업 혁명으로 인해 1차 산업에 종사하던 많은 분들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전기의 상용화와 분업에 의한 제2차 산업 혁명에 의해서 근로 형태에 많은 변화를 초래했다.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에 영국의 마부들의 항의 때문에 자동차가 시내에서는 시속 4㎞ 이상 속도를 낼 수 없었으며, 조선시대에 고관의 행차 앞에서 "쉬, 물렀거라. 대감님 행차시다" 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동차의 앞에서 자동차가 오는 것을 알리도록 했다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이 제도는 몇 년이 못 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고 한다.

정보화에 의한 제3차 산업혁명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우리가 어렸을 때에 흔히 보았던 버스 차장이나 전화 교환원은 이제 거의 볼 수 없으며, 그 사이 은행들이 그렇게 많이 생겼으나 자동화 기기의 발달로 인해 은행 직원들의 수는 그렇게 많이 증가하지 않은 것도 이 범주에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인공 지능의 발달로 인한 제4차 산업 혁명으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많은 직원들이 로봇으로 대체된 호텔이 생겼다고 한다. 의료 분야에서도 로봇 수술이 대중화 되고 있으며, 멀지 않은 장래에 진단의 많은 부분에서 인공 지능이 그 역할을 대체하리라 여겨지고 있다. 심전도의 판독이라든가 유방암이나 뇌 병변의 진단에 적용되는 것이 그리 멀지 않은 장래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되면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명약관화 하다.

그러나 3차 산업 혁명에 따라 수많은 직업들이 새로 생겼다는 것을 우리는 되새길 필요가 있다. 단순 반복적인 일들이 많이 없어진 대신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헤아려야 하는 쪽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4차 산업 혁명이 일어나더라도 분명히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길 것이다. 다만 우리가 염려해야 할 사항은 부의 편중일 것이다. 

1980년대 중반 민중항쟁이 한참일 때에 대학생들과 가장 많이 토론한 주제는 가치의 창출에 대한 것이었다. 학생들은 노동자들이 가치 창출을 하면 자본가들이 그것을 빼앗아간다는 식이었고, 필자는 물론 노동에 의해서도 가치 창출이 일어나지만 2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자본과 아이디어에 의한 가치 창출이 훨씬 많다는 것이었다. 4차 산업 혁명 이후에는 이 분야에서의 가치 창출이 더욱 심화될 것이므로 부의 편재가 심화될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제4차 산업혁명에 즈음해 우리들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함께 이 새로운 체제에서 어떻게 하면 부의 편중을 줄일 수 있는가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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