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 부국장 대우·경제부

5월 '황금연휴'가 열린다. 어린이날 다음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한 느닷없는 결정에 따른 결과다. 내수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는 경제계의 요구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물이다.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가 이유다. 임시공휴일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임시공휴일은 전국지방선거가 있었던 지난 2006년 5월31일과 무려 9년 2개월 만인 지난해 8월14일까지 벌써 두 번이나 경험했지만 받아들이는 마음은 갈수록 무거워진다. 임시공휴일은 언제나 그렇듯이 모든 관공서와 은행, 주식시장이 쉬고, 민간기업은 자율에 맡겼다. 관공서와 금융권에 다니는 봉급생활자의 경우 '꿀 맛 같은' 휴일이 하루 더 생긴 상황이지만 반대로 관공서나 금융기관을 찾아 일을 처리해야 할 사안이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맘이 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임시공휴일에 쉬는 사업장에서도 당일 근무해야 하는 직원들의 일당을 평일급여로 할지 특근수당으로 할지도 제각각이다. 서둘러 6일 월차를 냈던 직장인들조차 하루 휴가를 물릴 수 있는 지 없는 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가 기대한 대로 '소비 진작'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황금연휴 동안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24만명이 넘는다고 하니 제주에서 지출하는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누군가는 그 효과를 얻겠지만 도민의 상당수는 '낙수효과'의 해석을 달리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문제다. 제주의 관광을 포함한 서비스업 비중은 75.9%나 된다. 결국 황금연휴를 근무로 대체해야 하는 사정이 타 지역에 비해 더하다는 결론이다. 특근 수당이라도 받는다면 낙수효과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설령 쉰다고 해도 집에서 TV만을 봐야하는 형편인 사람에게 임시휴일이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일부 자영업자는 일하고 싶어도 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울 것이다.

IMF가 2015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1980년부터 2012년까지 전세계 159개국의 소득상위 20%의 소득이 1% 오를 때 그 후 5년간 경제성장률이 0.08% 줄어들고, 소득 하위 20%의 소득이 1% 오르면 0.38% 오른다고 분석했다. 이쯤 되면 경제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만족도 지표를 기반으로 한 '분수효과(Fountain effect)'에 관심이 간다.

제주에 필요한 것은 온갖 정책에 기댄 낙수효과가 아니라 도민 행복도를 기반으로 한 분수효과다. 3차산업 특히 관광 호황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정작 도민 체감도는 떨어진다. 최근 경제 지표상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게 나타나는 배경에는 건설경기 호황 등에 힘입은 제조업 약진이 있다. 제주의 2차 산업 비중은 사실 전체 2.8%밖에 되지 않는다. 이마저도 관광서비스업과 건설 현장 등에 인력이 쏠리면서 1차산업과 제조업체들에서는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이 높다는 것은 무의미할 뿐이다.

분수효과의 예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13총선에서 논란이 됐던 '원희룡 마케팅'역시 낙수효과를 기대한 전략이었지만 정작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지 못하며 실패한 전략이 됐다. 순유입인구 증가에 따른 '이주민' 표심이 선거판 괸당 문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부각된 것은 민심의 '분수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이것을 제주 현실에 접목한다면 생각보다 쉽게 답을 찾을 수도 있다. 최근 나온 '2016년 제주도민 일자리 창출 정책 제언' 최종보고회에서 용역진은 10대 핵심사업이 포함된 47개 중점일자리 사업을 제시했다. 용역진이 제안한 10대 핵심사업 중 6개 과제가 제주공항공사 설립·제주가스공사 설립 등 중장기 계획을 전제한 것으로 실망을 샀다. 직접고용이 가능한 중점일자리 사업으로 제안된 27개 역시 절반 이상인 14개가 중장기 과제로 분류됐다. 가장 절실한 청년 일자리 과제 역시 상당수가 중장기 과제다. 일자리를 몇 개나 만들 수 있냐가 아니라 어떤 일자리가 지역 고용에 유리한지, 도내 구직자는 어떤 일자리를 선호하는지, 임금이나 복리 수준 향상으로 고용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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