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이사·논설위원실장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이 지난 9일 입법예고됐다. 오는 9월 28일 김영란법 시행을 앞둬 제정된 시행령은 공무원, 국회의원,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원이 넘는 식사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 또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선물은 5만원 이내, 경조사비는 10만원 이내로 제한된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번에 100만원, 1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 3년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또 직무와 관련해 100만원 이하 금품 등을 수수하면 3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다만 김영란법은 시행령에서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부조 차원에서 우리 사회가 허용할만한 최소한의 가액기준을 정하도록 위임함에 따라 이날 국민권익위원회가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공직자 등 뿐만 아니라 금품 등을 제공한 국민도 동일하게 형사처벌이나 과태료를 부과받음에 따라 앞으로 부정부패 방지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공직자의 부정부패 연결고리를 끊는데 초점을 맞춘 김영란법 시행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원순법' 또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특별시는 2014년 8월 업무 관련성과 관계 없이 공무원이 1000원 이상만 받아도 해임 이상 징계하는 '서울시공무원 행동강령', 일명 박원순법을 발표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적용돼 김영란법보다 훨씬 더 강력한 박원순법이 언론에 오르내린 것은 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송파구 국장을 해임한 서울시 처벌이 너무 가혹하다며 대법원이 지난 1일 징계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원순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대법원의 논리가 가당한가, 50만원의 상품권을 받고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는가, 사법정의는 어디로 갔는가'라고 비판하며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박원순법을 계속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와 서울시가 공무원 부정부패를 뿌리뽑는데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제주도는 딴세상인 듯한 느낌이다.

제주도감사위원회가 제주도와 행정시의 징계요구처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는 거의 가관 수준이다. 감사위원회가 2015년 한 해동안 공무원 범죄·비위 등의 조사를 실시, 모두 83건에 대해 징계처분을 요구한데 대해 18명이 감경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이들 중 8명이 감경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감경처분을 받았는가 하면 감경 사유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대출까지 받아가며 1년 반 동안 인터넷 사설 스포츠에 접속, 억대 상습도박을 한 제주도 공무원은 본인이 대출받아 도박자금으로 사용했고 타인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등의 사유로 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또 소라방류사업을 하면서 보조사업비 1억5000만원을 부당하게 교부, 제주도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 죄(업무상 배임)로 벌금 150만원까지 선고받은 제주시 공무원은 장기 현안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등의 이유로 경징계로 감경됐다.

이밖에 110만~200만원의 초과근무수당을 부당 수령한 제주시 공무원 4명은 종전 동일 사례와의 형평성 등을 들어 모두 경징계를 받았고 옛 동료직원을 성추행해 고소까지 당하고 경징계 요구를 받은 한 직원은 불문경고를 받는데 그쳤다.

비록 금품이나 향응을 주고받는 등 심각한 형태의 부정부패는 아니라 하더라도 인사위원회가 무리하게 중징계를 경징계로, 경징계를 불문경고로 의결한 결과를 통보받고 제주도와 제주시가 재심사를 청구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그동안 숱하게 진행돼온 청렴도 제고 노력이 형식뿐임을 방증해주고 있다.

취임 이후 줄곧 청정 자연 보전을 강조하고 있는 원희룡 지사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나 박원순 서울시장 못지 않게 청정 공직사회를 만드는 데에도 큰 족적을 남기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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