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은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논설위원

영국의 정치가 벤자민 디즈레일리는 거짓말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그만큼 통계라는 것이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많은 허구성을 담고 있어서,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아전인수격으로 왜곡돼 사용되기 쉽다는 말일 것이다. 

특히나 각종 통계에 흔하게 사용되는 '평균'에는 우리가 자칫 간과하기 쉬운 함정이 숨겨져 있다.

네덜란드의 경제학자 얀 펜(Jan Pen)이 1971년에 쓴 「소득분배」라는 책에는 현실에서의 소득차이를 가상의 퍼레이드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모든 사람의 키를 소득정도에 따라 정해서 키가 작은 순서대로 60분 동안 퍼레이드를 한다고 가정하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의 평균키가 170㎝라고 할 때, 평균신장인 170㎝의 사람이 나타나는 것은 몇 분경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30분 내외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평균신장의 사람이 나타나는 것은 48분이 지나서다. 이 사례는 우리들이 종종 중간값을 평균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음을 설명해 준다. 평균연봉, 평균신장, 평균성적 같은 것들이 항상 내 연봉, 내 신장, 내 성적과 차이가 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즉 평균이라고 하는 것은 최고치나 최저치, 또는 자료의 분포 등에 따라 그 집단을 대표하기에는 왜곡된 정보를 보여줌에도 우리는 그것이 종종 최빈값이나 중간값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지난 주 주요 신문지상에 실린 기사 중 눈에 띄는 것은 단연 '공무원 평균 연봉 5892만원'이었다.

이 기사를 읽은 많은 국민들은 '불황에 너도 나도 살기 힘들다는데 공무원들만 살만하구나'라는 분노섞인 댓글을 달았다.

반면 공무원들의 반응은 왜 내 봉급은 평균에 못미치는가라는 의아함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앞에 설명한 평균의 함정 때문이다.

공무원들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근로자 평균소득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균보다 낮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대기업 총수나 재벌같은 소수의 고소득층이 평균을 중간값보다 훨씬 더 높게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공무원 평균연봉도 마찬가지다. 하위직 초임 공무원(9급 1호봉)의 월 급여는 기본급과 각종 수당 등을 합쳐도 200만원 남짓인 반면 장관급은 1000만원을 넘게 받는다.

또한 장기근속자가 많은 교육공무원이나 경찰·소방공무원, 법관, 검사, 외무공무원 같은 특정직 공무원의 급여가 많고 일반직 공무원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작년 노동연구원에서 발간한 연구보고서(민관 보수수준 실태조사 2015)에 의하면 2015년 현재 공무원(일반직, 경찰직, 교원 등)의 보수수준은 민간근로자의 83.4%로서 비교대상 민간근로자에 비해 16.6% 낮은 수준이다. 한때 민간대비 90%대까지 육박했으나 2000년대 후반 들어 경제상황 악화로 공무원 임금이 수년간 동결되면서 점차 악화돼 온 결과다.

일반직 공무원만을 비교해보면 공무원 보수의 민간접근율은 76.0%로서 격차가 상당히 크게 존재한다. 300인 이상이나 500인 이상의 기업과 비교하면 일반직 공무원의 보수수준은 규모가 큰 민간 기업 근로자들의 70%에 못 미치고 있다. 

'요즘 공무원되기가 얼마나 힘든데'라는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면서, 언제까지 우수한 인적자원들에게 충성심을 강요하며 저임금에 고용할 궁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공정한 임금수준을 보장해줘 우수한 인재를 공직으로 유인하되, 부패와 비리에는 단호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가발전을 위해 합리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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