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마늘 최대 주산지 대정을 가다

26일 대정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본격적인 마늘 수매가 이뤄졌다. 고경호 기자

26일 농산물산지유통센터서 본격 수매 개시
㎏당 4300원 불구 생산량 감소 농가 '무표정'

"기분 좋겠다고? 올해 농사도 별 재미는 없어. 수매가는 높지만 수확량은 줄고 인건비도 너무 비싸서 사실상 남는 건 별로 없어…"

본격적인 마을 수매가 시작된 26일 오전 10시 대정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는 북적였던 지난해와 달리 시종일관 한산했다.

엊그제 내린 비로 건조작업이 덜 됐다는 대정농협 직원의 말을 증명하듯 마늘을 실은 1t트럭들은 한 대씩 드문드문 들어올 뿐이었다.

26일 대정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마늘 수매가 진행된 가운데 재배 마늘에 대한 선별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고경호 기자

마늘제주협의회는 지난 17일 올해산 제주 마늘 수매가격을 '상품' 기준 ㎏당 4200원으로 결정했다.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 2012년보다 무려 1000원이나 높게 책정됐지만 농가들은 선별검사장에서 '상품' 판정을 받아도 무표정 일색이었다.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제주산 마늘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전년 보다 각각 6.7%·7.3% 감소했다.

기계화율이 낮아 사람의 노동력에 의존해야 하지만 인력은 부족한데다 제주지역 부동산 폭등으로 밭 임대료도 덩달아 올랐으며, 한창 여물어야 할 4~5월에 비가 많이 오는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맞물린 탓이다.

결국 농가들은 수매가는 높지만 생산량은 적고 투입비용도 커 '상품'이라는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어도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실정이다.

허영석씨(65·상모리)는 "비가 많이 와서 알맹이가 작아 올해는 작년의 절반 수준인 평당 4~5㎏밖에 생산을 못해 침울하다"며 "인력 구하기도 너무 힘들어 웃돈을 줘야했다"고 토로했다.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임차농의 얼굴에는 더욱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지난해 평당 평균 1000원이던 밭 임대료가 올해는 2000~3000원까지 급등했기 때문이다.

문창석씨(가명·52·일과리)는 "자기 땅 갖고 농사짓는 사람들은 그나마 높은 수매가로 이득을 취할 수 있겠지만 영세농들은 임대료를 내치고 나면 손에 쥐는 게 없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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