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민 ㈔제주미래발전 포럼 이사장·논설위원

하루가 멀다 하고 강력범죄가 신문지면과 방송화면을 도배하고 있다. 강력범죄는 수법이 갈수록 잔혹해지고 극단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높은 치안 수준의 영향으로 살인범죄의 규모는 지난 2010년 1252건에서 2014년 913건으로 감소추세에 있지만, 잔혹범죄는 끊이지 않는다. 토막살인, 존속살인 등 늘어나는 잔혹범죄는 일반 강력사건보다 훨씬 큰 충격과 공포를 시민사회에 던진다. 

잔혹범죄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사회 전반의 정서 결핍이다. 

이는 개인주의가 지배하는 무한 경쟁의 사회 풍토에서 겪는 심적 불안과 불만, 갈등과 분노가 범죄의 잔혹성을 더한다고 진단한다.

둘째는 경제를 둘러싼 환경 변화와 가족 관계 인식 사이의 괴리가 잔혹범죄를 유발한다는 분석이다.

이는 높은 거주비 부담 등 금전적 문제와 청년실업 등 경제 환경의 변화가 가정의 완충기능을 무력화하고 불협화음을 증폭시켰고, 이러한 분노와 불만이 잔혹범죄로 이어진다는 진단이다.

셋째는 개인적 차원에서 잔혹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범죄의 사회·경제적 환경의 영향을 무시하기는 어렵지만 이를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할 수는 없고, 범행 당시의 환경이나 심경도 차이가 있으므로 별개의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최근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은 우리사회에 내재해 있는 여러 가지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여성혐오 범죄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조현병 환자 등 정신분열증 환자에 대한 사회의 무방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 등 언제 어디서든 안전할 수 없다는 불안전한 사회의 적나라함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는 사회의 폭력 수준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방증이며, 유사한 잔혹범죄가 확대·재생산될 여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정과 공존의 제주는 안전한 사회일까?

평화의 섬, 휴식과 힐링의 섬 등 제주를 상징하는 단어들은 그 의미만큼이나 다채롭고 따사롭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부동산 폭등, 제주 고유 정체성의 훼손, 보존과 개발의 갈등 등 불안요소들이 산적해 있다. 더구나 인구수 대비 범죄율 1위라는 실상은 '제주 한 달 살아보기' 열풍으로 대변되는 살기 좋은 제주를 허상으로 바꾸고 만다.

제주는 총 15개의 범죄 항목 중 강력범죄·폭력범죄·절도 등에서 1위를 차지했다(2014년 경찰청 통계). 교통범죄 등 나머지 항목에서도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 통계에 나타난 수치를 한 해 1400만 명이 오가는 관광도시인 제주의 구조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제주도는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국제안전도시로 공인된 데 이어 2012년 재공인 됐음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발생률 1위 및 가정폭력 발생률 1위라는 불명예를 지니고 있다. 통계는 더 이상 제주도가 범죄와 폭력에서 안전하고 자유롭지 않다는 아픈 자각과 안전한 사회에 대한 갈망을 일깨운다. 

안전한 사회는 범죄 발생 후의 대처도 중요하지만,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사각지대를 예방하고 대책을 강구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자발적이고 체계적인 참여와 협력 방안이 필요하고, 대응 매뉴얼과 체계적 시스템 등도 서둘러 구축해야 할 것이다.

제주는 삶의 경쟁에 지친 사람들이 언제든 찾아와 휴식을 취하고, 치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밝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이주민과 기존 거주민이 함께 어우러져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제주의 현재와 미래 경쟁력은 안전한 사회의 달성 여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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