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사·제주도교육청 2016 찾아가는 인성아카데미 7

제민일보사·제주도교육청 공동주최의 2016 찾아가는 인성아카데미가 지난 8일 제주시 조천읍 함덕등학교에서 열린 가운데 고현수 강사가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주변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바로 잡을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기자

제민일보·제주도교육청 8일 함덕고서 인성아카데미
고현수 제주장애인인권포럼 대표 강사로 나서 강연
서로의 인권 충돌할 때 배려와 양보하는 자세 중요
항상 상대에 관심 갖고 생활 속에서 개선점 찾아야

제민일보사(대표이사 백승훈)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이 공동주최하는 '2016 찾아가는 인성아카데미'가 지난 8일 제주시 조천읍 함덕고등학교(교장 김승업)에서 3학년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열렸다. 

이날 인성아카데미 강연에 참석한 학생과 교직원들은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동등하고 소중한 존재이며, 평등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항상 역지사지와 인권감수성을 실천해야 한다고 배웠다.

일상속 장애인 인권침해 심각 

이날 함덕고에서 열린 인성아카데미 강사로 나선 고현수 제주장애인인권포럼 대표는 학생들에게 인권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 대표는 "인권은 직역하면 인간의 권리로 즉,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라며 "인종·국가·종교·성별·나이 등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게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천부인권"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권리는 이해관계에 따라 부딪힐 수도 있기 때문에 대화와 이해, 그리고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고 대표는 강조했다.

고 대표는 "시각장애인들은 도로와 인도의 경계를 쉽게 확인하기 위해 턱을 5㎝ 이상 높여줘야 한다"며 "반대로 휠체어 장애인의 경우 높은 턱이 있으면 바퀴에 걸려 이동하는데 걸림돌이 된다"고 시각장애인과 휠체어장애인 사이에서도 인권 충돌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각장애인과 휠체어장애인들은 수차례 만나 대화와 협의했고, 점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횡단보도 턱의 높이를 3㎝로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이는 서로의 인권을 존중해주는 자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인류역사에서 상대의 인권을 무시하거나 배제하고 심지어 유린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 예로 2차세계 대전 당시 독일 히틀러가 유태인 민족을 학살했고, 중국에서는 남성입장에서 자기만족을 위해 여성의 발을 자라지 못하게 하는 전족문화가 있으며, 백인이 우월하다고 논리를 만들기 위해 개발됐던 인종별 진화에 따른 뇌의 크기 학설 등이 있다.

투명유리문이 설치된 장애인전용화장실 사진을 보여주자 학생들은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 대표는 "건축주는 장애인이 용변을 보다가 위험에 처하면 쉽게 발견하기 위해 설치했다고 변명했다"며 "장애인 입장에서 고려했다면 화장실 안에 비상벨을 설치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전용주차장 2개면을 가로로 세운 비장애인 차량의 사진을 보여주자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고 대표는 "이 사진은 외국도 다른 지역도 아닌 바로 제주도에서 벌어진 일이며, 심지어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제주학생문화원"이라며 "대형마트, 공공기관, 공영주차장 등에서 장애인전용주차장 불법주차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잘못 바로 고치려는 자세 중요 

특히 고 대표는 "지금까지 학생들은 장애인인권 문제에 대해 평소 관심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지나쳤을 수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 부모나 가족, 지인 가운데 비장애인이 장애인전용주차장에 차를 세운다면 잘못된 행동임을 알려주고 바로 고치도록 설득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현수 대표는 "조선시대에는 외다리장애인이 정승을 했고 시각장애인이 궁중악사를 했으며 외눈 화가, 사시인 영의정도 있었다"며 "세종대왕이 시각장애인을 높은 벼슬의 궁중악사로 임명하려하자 일부 신하가 반대했고, 이에 세종은 '모든 사람은 세상에 버릴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며 우리 선조들은 장애인을 차별없이 평등하게 여겼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휠체어장애인은 물론 유모차도 모래해변에 접근할 수 있게 길을 만들고 배수로 덮개 구멍을 휠체어 바퀴보다 작게 만드는 것, 저상버스를 확대하는 것, 볼라드를 탄력소재로 바꾸는 것 등이 장애인과 이동약자에 대한 인권감수성 실천"이라고 밝혔다.

고 대표는 "미국 뉴욕시의 한 미술가는 기존의 장애인 마크가 수동적이고 나약하게 표현된 것에 대해 잘못됐다고 생각해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디자인을 고안해냈다"며 "당시 뉴욕시는 새로운 장애인마크를 표준마크로 사용하는 것을 거절했지만 시민들이 강력히 건의하면서 인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를 건의한 시민 대부분은 비장애인으로 장애인을 배려하고, 인권감수성을 행동으로 옮겼기 때문에 가능하게 됐다"며 "학생 여러분도 지금부터 장애인은 물론 다른 상대에 대해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인권감수성을 행동으로 실천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함덕고등학교가 지난 5월 진행한 '백파 인성 수련 활동' 모습.

일대일 멘토·사제동행 교육
학생-교사 단합과 소통 강화
명상숲 조성 정서함양 도움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함덕고등학교(교장 김승업·사진)에는 '백파'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꿈을 향해 나아가며 서로에게 큰 힘이 될 하얀 파도라는 뜻으로 함덕고는 학생들의 적성을 살려주는 것 못지않게 인성교육을 강화시키고 있다.

함덕고가 도내 학교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인성수련 프로그램은 '백파 패밀리 데이'와 '백파 사제동행 하이킹'이다.

'백파 패밀리 데이'는 일대일 '멘토-멘티'를 형성한 교사와 학생이 방과후 진로상담 프로그램과 식사를 함께하며 서로 친밀감을 높이는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대화를 바탕으로 긍정의 가치관을 심어주고 있다. '백파 사제동행 하이킹'은 제주 올레코스를 자전거로 하이킹하는 프로그램으로 빼어난 경관속에서 자연을 만끽하고 스포츠로 학생들의 단합과 교사와의 소통을 이루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인성을 형성하는 데 있어 교사의 역할을 보여주는 사례로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014년 함덕고가 학교폭력 예방에 기여한 공로로 받은 제주동부경찰서장 표창은 인성교육에 힘쓴 결과물이다.

이와 함께 함덕고는 최근 조성한 학교 명상숲에서 환경의 소중함을 배우고 건강한 인성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철쭉 등 다양한 수종이 식재된 명상숲은 학생·교직원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함께 이용하는 '녹색쉼터'다. 함덕고는 학생들의 정서함양을 위한 친환경 교육과 자체적으로 시설을 추가로 조성해 명상숲을 생태관광지로 부각시킬 계획이다.

이밖에도 혜정원 아기의 집 등 사회복지시설에서의 봉사활동과 올레길 쓰레기 수거 등의 활동에 교직원·학생들이 나서고 특수학급 장애학생들도 자발적으로 작품판매한 금액을 노인회관에 전달하는 등 지역사회에 긍정의 힘을 불어넣고 있다. 

김승업 교장은 "청소년 인성교육이 사회인으로 진출하는 학생들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염두해 인성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며 "나눔과 배려의 가치를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할 수 있는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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