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가지 화제 표현한 210수 담아
한글시 번역으로 독자 이해 도와

제주출신의 한학자이자 서예가인 소농 오문복 선생(78)이 세번째 창작한시(漢詩)집 「염필만음(拈筆漫吟)」을 발간했다. 

이는 「백록담(白鹿潭·2000년)」과 「염필만음(2008년)」에 이은 세번째 창작한시집으로 의미가 남다르다.

책은 공자의 "배부르게 먹기만 하면서 종일 마음 쓰는 것이 없으면 안된다. 정기와 바둑이 있지 아니한가? 그것을 하는 것도 오히려 아니 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는 말씀을 받들어 "밭 갈고 심는 여가에 마음 쓸 곳을 찾아 지었다"는 한시 210수가 담였다. 한시집 제목 '염필만음' 역시 '한가로운 시간에 되는대로 썼다'는 의미다.

무심한 듯 하지만 책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한학자가 많지 않은 요즘, 소농의 창작 한시집은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높다.

한시의 소재는 매화·난초·국화·대나무·목련 등 14가지며, 연하장에 쓰는 용도의 창작 한시 등을 수록했다.

특히 백종진 제주문화원 사무처장이 소농 선생의 한시를 한글로 번역해 아름답고 유려한 한글 시로도 감상할 수 있다. 또 김순이 시인의 감수를 받아 더욱 풍성한 감성을 입혔다.

더불어 옥산 김옥진, 금봉 박행보, 치련 허의득, 우헌 최덕인, 인재 박소영 등이 소농의 화제를 주제로 그린 작품을 책의 삽화로 담아 '보는 감동'이 더해졌다.

소농 선생은 "밭 갈고 심는 여가에 장난으로 붓을 놀리고 읆조린 것은 마음 쓸 곳을 찾기 위한 것"이라며 겸손한 발간 소감을 밝힌 뒤 "같은 길을 걷는 대방가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문화·1만2000원. 문의=010-369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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