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자비정사·논설위원

지금은 어려운 시대다. 우리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온 세계가 어렵다. 세계가 어려운 중에 우리의 어려움이 더욱 심각한 것은 북한이 핵을 가지게 됐지만 남한에서는 그에 대해 뚜렷한 대안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는 나라다. 오로지 국민들의 근면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수출해서 먹고 사는 나라다. 그런데 그 수출이 달마다 줄어들고 있다. 청년실업자들은 날로 늘어나고 서민경제는 이미 바닥을 치고 있다.

이런 시대에 꼭 있어야 할 것이 정치적 지도력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정치가나 정당이 앞장서서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정치가 제대로 되려면 정치의 근본을 바로 세워 나갈 능력과 도덕성과 추진력을 지닌 지도력이 있어야 한다.

일본의 여류 역사학자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로마제국 연구서다.

일본과 미국의 대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을 훈련시킬 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15권을 읽힌다고 한다. 이 책 1권 서두에 이탈리아 반도에 터를 잡은 작은 나라 로마가 천년제국을 이룬 이유를 두가지로 지적한다.

포용력과 관용이다.

로마인들은 포용력과 관용정신으로 세계를 석권할 수 있었다. 포용력이 바로 넓은 마음이다. 관용은 너그러운 마음이다. 넓어야 세계를 품을 수 있고 너그러워야 사람들을 포섭하고 거느릴 수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정치가들에게는 포용력과 관용의 정신이 없다. 그래서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가들을 걱정하게 한다.

정치가의 역할이 국민들을 걱정해 주는 일인데 이 나라는 오히려 국민들이 정치가들을 염려하게 한다.

정치가 제대로 되어야 국민들이 편안히 살 수 있고 안보도 튼튼할 수 있고 청년들의 실업도 줄일 수 있고 그리고 통일도 할 수 있다.

정치는 넓어야 하고 높아야 하고 깊어야 한다. 넓다는 것은 포용력을 일컫는다. 포용력이란 자신과 생각이나 의견이 다른 사람도 능히 품어 줄 수 있는 마음이고, 자기에게 반대하는 사람도 그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반대한다면 그를 존중해 줄 수 있는 마음이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후에 자신을 그렇게나 괴롭히고 모욕하던 정적(政敵)을 국무장관에 앉혔다.

이를 알게된 링컨 주위의 동지들이 링컨에게 항의했다. "대통령 당신은 자존심도 없소? 그렇게도 당신을 모욕하고 반대하던 사람을 정부의 중직에 앉히다니요?"

이에 링컨은 "내가 그 사람을 중용한 것은 그를 위해서가 아니요. 나라를 위해서요. 나는 나라에 유익하다면 누구든 중용하겠소"라고 답했다. 이런 마음이 정치인의 넓은 마음이다. 

나폴레옹 장군이 "인류의 미래는 인간의 상상력과 비전에 달려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정치가들은 정치적 상상력이 있어야 하고, 온 국민이 함께 바라보고 나아갈 깃발을 보여주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치가들은 너무 평범하고 너무 속물이고 상상력의 차원이 빈약하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꿈을 제시하지 못한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고 꿈이 있으면 현실이 아무리 어려워도 함께 참고 나아갈 힘이 생긴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이 없으면 현실이 아무리 안락해도 마음에 불만이 쌓이고 서로 다투게 된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누가 좋고 나쁘다가 아니다. 인간이 지닌 본성이 다 그래서 그 시대 정치가들이 감당해야 할 사명 중 가장 큰 몫이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꿈을 심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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