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 제주지방기상청장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가 실의에 빠져있던 20대 중반에 '가지 않았던 길(The road not taken)'이라는 시를 발표했다.

변변한 직업도 없었을 뿐더러 문단에서도 인정받지 못했던 로버트 프로스트는 이 대학 저 대학을 옮겨가며 공부 했으나 학위를 받지는 못했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기관지 계통의 질병에 시달리기도 했다.

또한 시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사, 신문기자 등으로 전전하면서 그의 길은 방황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1912년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시인과 친교를 맺을 기회를 얻으면서 시인으로서의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현재 그는 미국적인 삶과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 시인이 됐으며, 무엇보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 됐다.

올해 제주지방기상청은 우리 국민이 더 안전할 수 있도록 그간 가지 않았던 '영향예보'라는 길을 선택해 과감하게 첫 걸음을 내디뎠다.

2020년 정식운영을 목표로 시범 서비스 형태로 준비해 나가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도 많다.

특히 요즘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해서 기상예보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져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여름철 강수 형태의 변화로 장마가 여름철 강수를 대표하지 못하고 있는가 하면, 오히려 장마종료 후 대류성 강수로 인해서 강한 비가 많이 오기도 한다. 태풍 또한 기존의 일반적인 이동경로를 벗어나기도 하고 강도 또한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초강력 태풍으로 발달하기도 한다. 이렇듯 장마나 태풍으로 인한 영향을 쉽게 파악 할 수가 없다.

제주도는 해양과 육지 그리고 높은 산이 독립적으로 어우러진 천혜의 기상시험장이다. 이에 기상청은 영향예보 원년에 제주도를 대상으로 태풍과 대설에 대한 영향예보를 시범적으로 실시할 예정이지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이 녹녹치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계단에 첫 발을 올려놔야만 위로 오를 수 있는 반면, 머물러 있으면 언덕 너머의 세상에 갈 수 없는 것처럼 어떤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아무런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나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로버트 프로스트가 만일 시인이라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길(직업)을 택했다면 오늘날 미국인들의 사랑하는 프로스트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에는 모두가 어렵고 서툴기 마련이다. 시행착오도 겪을 것이다. 영향예보는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지만, 우리가 나가야 할 길임을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선택하지 않았던 길에 대해 아쉬움과 후회를 가지고 살아간다. 기상청의 영향예보 정책목표도 한번도 가 본적이 없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도전해 보고자 하는 예보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우리들은 이야기할 것이다. 

"기상예보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 우리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영향예보의 길을 택했고, 영향예보가 우리 생활 전반을 편리하게 바꾸어 놓았다. 영향예보 때문에 모든 것이 좋아지고 달라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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