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찬 저지문화예술인 마을 촌장· 논설위원

올해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해마다 6·7월에 찾아오는 장마철이 돌아왔다. 물은 우리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지만 지금같이 장마철때는 큰 재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물은 우리에게 철학적으로 선(善)의 가르침을 주기도 한다. 노자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라는 상선약수(上善若水)사상에서 도법자연(道法自然)을 주장해 물의 자연현상에서 선(善), 즉 도(道)를 찾으려 했듯이 '도는 자연에서 본받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다시 말해 '진리는 자연의 이치를 따른다'고 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 이것이 물의 자연현상이라 하겠다. 물이 저절로 흘러가게 하는 무위(無爲)가 자연(自然)인 것이다. 이러한 자연 현상에 만물의 이치나 인간의 삶의 도리와 지혜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는 자연에서 본받는다'고 한 것이다. 

비오는날 아침 창을 열며 노자의 '물의철학' '무위철학'이라고 하는 '상선약수' 정신으로 '물처럼 살라'는 가르침을 되새겨 본다. 흐르는 물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한다. 남과 세상을 위해 음덕(陰德)을 쌓으며 살라'는 교훈을 준다. 수선이만물(水善利萬物) 즉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한다'라고 했다. 물은 생명의 근원으로서 자신을 희생해 만물을 길러 주고 키워주지만 절대로 자신의 공(功)을 자랑하지 않는다. 

'물은 다투지 않는다. 양보와 희생 그리고 순리로써 다툼 없이 세상을 살라'는 교훈을 준다. 수선부쟁(水善不爭) 즉 '물은 다투지 않는다'라고 했다. 물은 산이 가로 막히면 곡류(曲流)해 멀리 돌아가고 바위를 만나면 할수(割水)해 몸을 나눠 비켜간다. 이처럼 물은 '곡류'하고 '할수'하는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산이나 바위와 다투지 않으며 흘러간다. 또한 물은 깊은 웅덩이를 만나면 그 웅덩이를 다 채운 다음 뒷물을 기다려 비로소 나아간다. 이와 같이 물은 웅덩이를 건너뛰거나 먼저가려는 무리나 억지를 부리지 않고 순서대로 흘러간다. 이러한 물의 자연현상을 보고 '노자'는 부쟁(不爭) 즉 '물은 다투지 않는다'고 했다. 

'가장 낮고 넓은 바다처럼, 겸손과 포용의 덕목을 지니라'고 하는 교훈을 준다. 수선처중인지소오(水善處衆人之所惡) 즉 '물은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의미도 바다 즉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좁은 곳에서 넓은 곳으로 흐르며 자신을 낮추는 '겸손'의 덕목과 모든 것을 다 끌어안는 '포용'의 덕목을 지닌 교훈을 준다. 

물처럼 '강하고 유함의 성질을 모두 지닌, 외유내강(外柔內剛)하라'는 교훈을 본받고 싶다. 또한 물은 부드러움 속에 가장 강한 본성을 가지고 있다. 문헌에 수적석천(水滴石穿) 즉 '물방울이 오래도록 떨어지면 바위를 뚫을 수 있다'고 했듯이 물의 성질처럼 외유내강의 교훈을 보여주고 있다. 

'물처럼 막힘없는 지혜와 산처럼 꿋꿋한 인의(仁義)를 지니라'하는 것이다. 지자요수(知者樂水)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는 문장이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말이겠다. 언제나 자연의 순리에 따르고 흐르는 물처럼 만사에 막힘없는 지혜를 가지면서 우뚝 선 산처럼 꿋꿋한 인의의 자세를 가지라는 교훈을 준다. 

'인생은 흐르는 물처럼 흘러가는 것/ 나도 저 물처럼 흘러가리라/ 바위에 부딪치면 비껴 흐르고/ 조약돌 만나면 밀어도 주고/ 마른 땅 만나면 적셔도 주고/ 패인 곳 만나면 채워주고 가리라/ 저 너머 호수가 유혹을 해도/ 길 건너 나무숲이 오라고 해도/ 하늘이 정해준 나의 길을 따라/ 즐거이 노래하며 흘러가리라/'

'인생사새옹지마'라 하지만 위 글처럼 노자의 도덕경을 읊조리며 흐르는 물처럼 유유자적하게 살고 싶다. 양보하고 희생하는 물의 교훈처럼 올곧게 살아가는 사람들 틈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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