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요배 작 "물매화 언덕".
 사회비판적인 미술언어를 추구해온 민중미술계열의 작가들이 정체성의 위기에 처한 지역미술의 활로를 열기 위해 전시회를 마련한다.

 19일부터 25일까지 제주시내 세종갤러리에서 마련되는 제7회 탐라미술인협회 정기전은 ‘삶과 같은 예술’을 지향하는 전시회다.

 미술의 진정한 회복과 삶에 밀착된 당대의 리얼리즘 구현을 모토로 내걸고 93년 9월 발족된 탐미협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지금까지 활동에 대한 반성과 함께 재출발의 의지를 담고 있다.

 전시작은 회화 17점, 복합매체 5점, 조각 3점, 판화 2점, 영상 1점 등 모두 28점이다.

 오윤선씨의 ‘첫 눈 퇴근길’, 송맹석씨의 ‘대지’, 박소연씨의 ‘1인2역’, 양천우씨의 ‘그리고 오늘’, 강태봉씨의 ‘땅’, 김수범씨의 ‘길위에서-폐광일기’ 등의 작품들은 당대 일상의 삶을 둘러싼 진솔한 감수성을 담아내고 있다. 마치 ‘세상은 정말 좋아진 것일까’를 묻고 있는 듯 하다.

 또 ‘동백꽃 지다’ 연작 등 일관된 역사의식으로 ‘제주4·3’이라는 단일한 역사적 소재를 탐구함으로써 신학철씨의 ‘한국근대사’연작들과 함께 한국 역사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듣고 있는 강요배씨는 풍경화 ‘물매화 언덕’을 출품했다. 어둡고 침울한 색조에 절망적인 터치가 눈에 띄지만 풍경 속에 격(格)과 삶을 녹여냄으로써 풍경화의 한 진경(眞景)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실험성 강한 확장된 개념의 판화작업을 하고 있는 고길천씨의 ‘화석’을 비롯해 고민석씨의 조각작품 ‘병정놀이’, 현경화씨의 ‘심동(한자변환)’, 김영훈씨의 ‘시선’, 강문석씨의 ‘?,!’ 등도 눈에 띄는 작품. 정용성씨는 ‘4·3인물사’를 통해 4·3을 현대미술로 기념하고 기록할 게 아니라 당대적 차원에서 끊임없이 재해석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탐미협은 94년 ‘제주미술-맑은 바람전’을 부제로 창립전을 마련한데 이어 매년 4·3주기에 맞춰 4·3미술제를 열고 98년 제50주년에는 미술작품집 ‘역사에 던진 아픔의 꽃묶음’을 냈다. 4·3미술과 탐미협은 서로를 숙주(宿主)로 삼은 공생관계의 장르와 모임인 셈이다.

 전시개막=19일 오후 6시. 문의=753-0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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