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백훈 성균관대 초빙교수·논설위원

나이 60대 이상이 모인 모임에서의 건배사 나 대화의 주제는 건강이 제일 많다. 그러면서 고종명(考終命)을 최고, 최후의 복(福)이니 서로 고종명을 하자고 덕담을 하곤 한다.

고종명을 무슨 뜻으로 말하는 가를 가만히 들어보면 시중에서 유행어인 '9988234'를 뜻한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만에 편안히 죽는다는 것이다.

필자도 그렇게만 알았었다. 틀린 말은 아니나 진정한 의미를  깊이 알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

오복은 첫째가 수(壽)로, 장수(長壽)하는 것이고, 둘째가 부(富)로, 부자로 풍족하게 사는 것이고, 셋째가 강녕(康寧)으로, 편안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고, 넷째가 유호덕(攸好德)으로, 덕을 베풀어 다른 사람을 위하여 봉사하는 것이고, 다섯째가 마지막으로 고종명(考終命)은 죽음을 깨끗이 하고 편안히 일생을 마치는 것이다.

다섯 가지 복(福)중에서 중요한 복이 무엇일까? 아마도 고종명(考終命)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맨 마지막 순서에 올렸을 것이다.

고(考)에 대한 글자를 살펴보면 '생각하다', '살피다'와 더불어 '이루다'라는 의미가 있는 글자다. 어떤 일이든지 이루려고 하면 잘 생각해야하고, 잘 살펴야 하는 것이니 모두가 의미가 연결되는 것이다. 

즉 고종명(考終命)의 깊은 뜻은 자기에게 부여된 천명(天命)의 소임을 마무리했을 때 비로소 편안하게 생을 마치는 것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첫 번째 수(壽)와 다섯 번째 고종명(考終命)이 장수(長壽)하자는 것에 중복된다는 필자의 의문이 풀린 것이다.

안중근 장군이 의거 후 32세에 사형을 당하는 순국(殉國)은 어떠한 죽음인가? 옥중에서도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나라의 독립을 위해 젊은 한 목숨 의(義)롭게 동포들에게 바치게 됐다는 게 정신적으로 편안하고 깨끗한 인생을 마무리한 것이니 고종명이 아닐 수 있겠는가?

고금(古今)을 통해 의인(義人)들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오륜(五倫)의 의(義)를 지켜내는 등 참으로 깨끗한 삶을 살았다. 비록 짧은 인생이지만 공동체에 기여한 숭고한 삶을 이뤘다는 게 진정한 고종명이다.

이러한 의인(義人)들이 있고 이 세상에 나온 모든 사람들이 나름대로 가치 있는 삶을 이루기에 사회가 발전해간다.

필자도 의인들과 조상들에게 최소한의 보은(報恩)의 삶이어야 고종명이라는 생각이다.

나의 고종명의 마지막 목표 중 하나가 손자(孫子)가 최소한 4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부모님이 18명의 손자를 남기신 바에 비하면 최소한의 의무로 설정한 목표이나 아직도 이루기는 미지수다. 아들이 장가를 가야하는데 짝 고르기가 쉽지가 않으니 나의 고종명도 쉽지가 않다. 

보통사람인 필자보다 소위 출세하는 분들의 고종명은 차원이 높아야 한다.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들은 차원 높은 의(義)로운 인생이어야 고종명(考終命)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20대 국회도 19대 못지않게 포퓰리즘 입법(立法)이 쏟아지고 있어 걱정하게 하고 있다.

과거 임진왜란이 없을 거라고 했던 조선통신사 김성일에게 왜 그랬느냐고 징비록을 쓴 류성용의 질문에 백성들이 놀라고 걱정할까 봐서 그랬다는 것이다. 참으로 인기영합이고 붕당정치가였던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같이 될 거라는 걱정은 사치이고 그리스 같이 망조가 들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여기에 포퓰리즘과 선동의 정치가 원인이라고 한다. 국회의원들은 제발 고종명의 깊은 뜻을 헤아려서 국민을 잘 선도하고 국가에 기여해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정치로 고종명의 복을 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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