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사·제주도교육청 2016 찾아가는 인성아카데미 11

제민일보사·제주도교육청 공동주최 2016 찾아가는 인성아카데미가 지난 7일 애월읍 제주영송학교에서 열린 가운데 고현수 강사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동등한 권리를 보호받아야 하며, 학생 스스로 이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과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기자

제민일보·도교육청 7일 영송학교서 인성아카데미
특수학교 첫 진행 고현수 장애인인권포럼 대표 강연
장애 차별 받아선 절대 안돼…당당한 의사 표현 강조
스스로 꿈 키우고 보장받은 권리 지키는 의지도 필요

제민일보사(대표이사 백승훈)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이 공동주최하는 '2016 찾아가는 인성아카데미'가 지난 7일 제주시 애월읍 제주영송학교(교장 고권일)에서 중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인성아카데미는 처음으로 특수학교에서 열려 장애인들이 스스로 꿈을 키우고 인권을 지키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강연이 진행됐다. 이날 학생들은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았으면 가족과 선생님에게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의지를 가져야 하며, 상대의 인권도 존중하는 자세에 대해 배웠다.

인권·인성 반드시 알아야 할 덕목

지적장애인 특수학교인 제주영송학교에서 열린 인성아카데미에 강사로 나선 고현수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상임대표는 학생들에게 인권·인성의 소중함과 함께 보호받는 것은 물론 보호할 권리와 의무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인성과 인권이라는 다소 무겁고 어려운 주제로 강연이 진행됐지만 영송학교 학생들은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자신의 꿈과 권리에 대해 배우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고현수 대표는 강연을 시작하면서 꿈에 대해 물었고 한 학생이 "마술사가 되고 싶어요"라고 대답하자 "여러분이 꿈을 이루려면 준비를 해야하며, 공부를 해야 한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공평하게 공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살면서 필요한 것들이 있는데 가족의 사랑을 받아야 하고, 아프거나 다치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굶지 않도록 음식을 제 때 먹어야 하며, 추운 날씨에 따뜻한 옷을 입어야 하는 등 이 모든 것들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이러한 권리들이 인권이며, 사람이 반드시 가질 수 있는 것은 권리라고 이해하면 된다"며 "하지만 이러한 권리를 보호받아야 하지만 자제하고 참을 수 있는 인내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다고 해서 햄버거, 피자, 아이스크림, 콜라, 과자 등만 편식한다면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골고루 먹으면서 내 건강은 스스로 챙길 줄 알아야 한다고 고 대표는 당부했다.

고 대표는 학생들에게 연두색 쪽지를 나눠주고 인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써서 잎이 없는 나무그림에 붙이도록 했다. 학생들은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인권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쪽지에 적은 후 나무그림에 하나하나씩 붙였다. 나무 그림에는 학생들이 붙인 쪽지로 잎이 무성한 나무가 됐고, 고 대표는 이것은 학생 여러분이 만든 인권나무라고 말했다. 

경민 학생은 인권은 '사랑'이라고 적었고, 선혜 학생은 가수를 꿈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배협 학생은 안전을, 민지 학생은 따뜻한 옷을 입는 것이라고 적었다. 기호 학생은 즐겁게 노는 것, 은영 학생은 운동할 수 있는 것 등 인권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표현했다.

모두가 사랑을 주고받는 존재

특히 학생들이 가장 많이 적은 내용은 사랑이었다. 상대로부터 받는 사랑은 물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것 모두를 인권이라 인식하고 있었다.

고 대표는 "인권나무에 적힌 내용을 보면 사랑이라고 쓴 친구들이 많다. 이 사랑에는 가족끼리, 학교친구끼리, 그리고 이성간 사랑도 있다"며 "받는 것은 물론 상대에게 주는 모든 사랑은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권리"라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다만 "남자와 여자의 이성간에는 사랑한다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권리도 있지만 상대는 이를 거절할 수 있는 것도 권리"라며 "무작정 자신의 사랑을 강요해서는 안되고, 상대가 거절했다고 해서 정신·신체적인 피해를 입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나의 권리가 소중한 만큼 상대의 권리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며 "주변 사람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보호해주는 것을 존중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 대표는 "내 몸을 누군가가 함부로 만진다면 절대 허락하면 안된다. 학생들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고, 여러분의 몸은 소중하기 때문이다"며 "자신의 인권이 침해받았다면 가족과 선생님한테 반드시 이야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 대표는 자신의 권리가 소중하고 또한 친구의 권리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박수를 쳐달라고 말을 했고, 큰 박수소리와 함께 강연은 마무리됐다. 

스카우트 활동으로 협력을 배우는 제주영송학교 학생들.

학생활동 배려·존중 심어줘
스카우트·나눔장터 등 효과
바르고 능동적인 학생 양성

나눔과 봉사에 있어 장애가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작은 선행부터 실천하고 습득하는 교육은 학생들의 자활과 인성 함양을 돕고 지역에 긍정의 힘을 불어넣고 있다. 

제주영송학교(교장 고권일·사진)는 지적장애 학생들을 위해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이 개설된 특수학교다. 학생 개인에 맞춘 수준별 교육과 다양한 첨단 기자재로 학생들의 학습능력은 물론 배려하고 존중하는 인성의 가치를 심어주고 있다.

교내 스카우트는 금·토·일요일을 활용해 도내 올레코스를 정비하고 야외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모두 40명이 활동하며 자구내포구, 수월봉 등 올레코스 및 관광명소를 탐방하며 쓰레기를 수거하는 등 청결한 제주이미지를 홍보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또 스카우트 제주연맹 소속으로 도내 학교와 연계하며 단합과 협력을 기르고 있다.

학생들의 경제교육에 중점을 둔 '알뜰나눔장터'도 눈길을 끈다.

행사는 학기별로 전교생 180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룬다. 학교에서 만든 쿠키, 도자기 등을 비롯해 자신이 쓰지 않는 물건 등을 내놓으면서 판매와 금전의 개념을 몸으로 배우고 있다. 특히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않고 나눠쓰면서 절약이라는 덕목을 배운다.

이밖에도 학생들은 계절별 자연체험학습으로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고 있다. 애월읍 광령리 붉은오름, 봉개동 절물오름 등 도내 오름과 숲길을 탐방하는 것이다. 불편한 몸에도 직접 걸으며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극기로 성취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장애가 있기 때문에 수동적이지 않고 장애가 있어도 능동적으로 지역사회에 헌신하는 학생을 양성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고권일 교장은 "사람은 공동체속에서 사는 존재이기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한다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며 "학생들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모든 교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모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