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전 한마음병원장·논설위원

얼마 전 서울 지하철 역에서 고장 난 스크린 도어를 고치던 젊은이가 전동차에 치어 사망하는 사고가 또 다시 일어났다. 여러 해 전에 같은 사고가 일어나서 안전수칙을 마련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라 하니 어처구니가 없으면서, 이런 일로 젊은 목숨이 스러지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재작년 세월호 사고 때에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는 가운데 수많은 어린 생명들이 꽃도 피기 전에 희생되는 모습을 그저 바라보기만 할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국민들의 안타까움과 분노가 아직도 뇌리에 선명히 남아 있는데 또 다시 이런 사고가 생긴다고 하니 어디에다 하소연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많은 국민들은 이런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데 대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비난을 퍼붓고 있다.

물론 정부를 비롯한 국민의 안전을 책임 진 기관들이 비난을 받아 마땅하나, 우리 국민들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사고는 어떤 상황에서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 모든 사고에 대해 국가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고는 개인의 부주의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국민 각자가 사고의 예방을 위해 힘써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겠다.

필자는 1967년에 입대 후 약 10년 동안 거의 해마다 교통 사고를 당했다.

그 중 가장 큰 사고는 두번째 있었던 사고인데 초임 장교 시절 자동차에 대한 기본 상식이 부족해 선임 탑승자로써 운전병의 실수를 사전에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 그 사고로 필자와 치과 군의관 및 간호 장교가 중상을 입었으며, 운전병은 사망했다.

지금도 아쉬운 것은 그 때에 내가 자동차에 대해 지금처럼 알고 있었더라면 그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후로 교통 사고에 대해 늘 생각하고 있어서 여러 번의 사고에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큰 사고는 1990년 10월3일에 발생했다.

바로 전 날이 추석이어서 식구들과 함께 고향인 모슬포로 아버님 산소에 성묘 차 다녀 오다가 경마장 옆 내리막 길에서 자동차가 가속이 되길래 브레이크를 밟았더니 핸들이 확 돌면서 중앙선을 침범하게 됐다.

이로 인해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고 차가 구렁텅이에 박히면서 폐차해야 할 정도가 됐다. 앞 바퀴에 펑크가 나면서 일어난 사고였다.

그러나 다행이었던 것은 아무도 부상을 입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해 11월1일부터 안전 벨트를 메지 않으면 3만원의 벌칙금이 부과 된다고 해 모두 안전 벨트를 처음으로 착용했던 덕이다.

얼마 전에 고향에서도 하수 처리장에서 맨홀 청소를 하던 두 분이 사망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역시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질식사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에 봉사 활동 차 섬 나들이를 했는데 도항선에 태워진 자동차를 고정하는 것을 볼 수 없었다. 그런 작은 도항선에서는 자동차를 묶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서울 나들이를 하다 보면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에 손잡이를 잡도록 쓰여 있는데도 대부분의 승객들이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리거나 잡담을 하느라 손잡이 잡는 것을 등한시하고 있다.

그러다가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정지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많은 승객들이 다치게 될 것이다.

처음에 일어나는 사고는 그런 경우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전에 그런 상황이 생겨 많은 사람들이 다친 적이 있는데도 그 사고에서 교훈을 얻지 못 한다면 역사를 잊은 민족과 다를 바가 무엇일까?

우리 모두가 세월호의 교훈을 벌써 잊어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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