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익 제주국제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논설위원

최근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임기와 관련해 30년 만에 헌법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간 존엄성이나 민주공화국처럼 헌법의 핵에 해당하는 내용이 아닌 이상 현실에 맞지 않는 조문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합리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우리 헌법 내용 중에 이제는 우리 사회 실정에 맞지 않아서 순기능을 하기 힘든 대표적인 규정이 하나 있다면 바로 영장청구권에 관한 조문이라 하겠다.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 구속, 압수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도록 해 오직 검사만이 영장청구권을 갖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원래 제헌헌법은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자가 누구인지 명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5·16이후 등장한 군사정권이 자신들과 별로 어울리지도 않는 인권보호를 명분으로 검사만 영장을 청구하도록 헌법을 개정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영장은 종국적으로 판사가 판단해 발부하는 이상 청구는 누가 하더라도 피의자가 인권침해를 당할 여지는 없다.

더구나 영장청구권자가 누구인지는 굳이 헌법에서 다룰 만큼 중요한 사항도 아니므로 쉽게 개정이 가능한 법률차원에서 정해야 한다. 우리처럼 이러한 내용을 헌법에 규정한 민주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편 절도처럼 빈번하게 발생하는 범죄수사에서 만일 용의자가 교통카드나 신용카드를 사용한 흔적이 있다면 경찰은 그 사용내역을 추적해야 범인을 검거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압수수색영장이 필요한데, 이럴 때마다 경찰은 검사에게 영장이 왜 필요하지를 소명해 서면으로 영장을 청구하고 다시 검사는 판사에게 신청해 발부받아야 한다.

심지어는 실종자 수사에서 스스로 가출했는지 인질로 잡혀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대상자의 신용정보나 통신내역 등을 시급히 조사해야 하는데, 인권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내용이지만 일일이 검사를 경유해 영장을 발부받아야 가능하다. 

이런 불필요한 절차로 시간이 지연되면 결국 국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 오늘날 민주화가 된 우리 사회에서 고시를 붙거나 로스쿨을 나온 검사만이 인권을 수호할 수 있다는 환상은 이제 버릴 때가 되었다.

또한 경찰이 도주 우려가 있는 악질 사기피의자를 구속하거나 증거품을 수색하려면 영장이 필요한데 만일 검사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판사에게 영장신청을 하지 않는다면 경찰의 수사는 중단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검사의 영장불청구에 대해서는 현행 법률과 판례에 따르면 불복할 방법이 전혀 없다.  

그러니 영장청구를 검사에게 독점시킨 헌법으로 인해 검사는 단순한 도박죄에서 고위공직자의 비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형의 범죄수사에 간섭 내지는 지배가 가능하게 됐다.

최근 전·현직 고위검사들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검찰개혁이 논의되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전관예우에 따른 법조비리인데, 이런 뿌리 깊은 악습도 검사가 영장청구권을 독점하는데 기인하고 있다.  

사실상 범죄수사의 제2선에 있어야 할 검사가 필요 이상으로 경찰수사의 초기단계부터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그러므로 강제수사에 필요한 영장은 가급적이면 일선에서 범죄를 수사하는 사법경찰관이 직접 판사에게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인이나 정당에서는 대통령 임기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범죄수사가 가능하도록 헌법 제12조 제3항에 보다 관심을 갖고 개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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