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통조림".
 서양화가 양경식씨의 세번째 작품전 ‘Digital 통조림’이 26일부터 30일까지 갤러리 제주아트에서 마련된다.

 전시회의 주제에서 드러나듯 양씨는 통조림이라는 밀폐된 용기를 통해 결국은 타자(他者)화 된, 타자화 되고 있는, 타자화 된 것도 모른 채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길들여진 기호에 끌려가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의 삶’을 경고하고 있다.

 거기에는 ‘사람다움(humanity)’이나 ‘소외’ 등은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여전히 ‘현재적’ 관심사일 것이며, ‘빠름’이 중시되는 도시화의 물결 속에서 그 존재가치를 철저하게 무시당하면서 ‘나’는 사라지고 오로지 틀에 맞춰진 ‘일상’만이 있다.

 양씨의 작품 속에는 ‘암호’같은 문자와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모든 대상체들은 왜곡되고 변형된 텍스트로 존재한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은 난해하고 더욱 더 복잡한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양씨는 “‘사물의 관계’를 주제로 내건 1·2회 작품전이 ‘질료가 비물질화 되는 과정’과 ‘자의성에 의해 생산된 텍스트적 언어 구조를 비틀고 텍스트와 이미지 항에 대한 고정적 개념들을 전복시키는 일련의 작업’이었다면, 이번 작품전은 ‘날 것으로의 대상들이 TV·안경·테이블·의자 등과 같은 인공의 사물 속에 포획돼 미적인 요소가 제거된 채, 인체의 부분임을 암시하는 코드들이, 무심한 덩어리 또는 지표의 흔적으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작가의 해석대로라면 조직화된 틀 속에서 사람들은 잠시 일탈할 수 있도록 방임하기도 하지만, 현실을 비켜 가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용납하지 않기에 다시 슬그머니 그 틀 속으로 기어 들어올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는 거대한 통조림 속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전시작은 ‘TV통조림’‘www.human.comⅡ’‘DNA 사슬’ 등 20점.

 양씨는 제주대 미술교육과와 중앙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동아미술제, 아, 대한민국전, 미술세계 선정 신진작가 발언전 등 30여종의 단체전과 공모전에 참가했다.

 제주도미술대전 추천작가이며 미협 도지회·시상청년작가회원. 제주교대 강사. 문의=757-7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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