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주 제주여성가족연구원·제주성별영향분석평가센터장

정부는 핵심 국정과제인 '여성 안전 강화'를 위해 성폭력·가정폭력은 물론 여성을 대상으로 한 모든 폭력에 대한 예방과 엄벌을 강화하고 있으며, 지난 6월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된 '여성폭력 예방 및 양성평등 사회환경 조성 대책'의 일환으로 지역사회 안전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2015년 지역별 성평등 수준 분석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주지역 성평등 지수 중 사회 안전에 대한 인식과 강력범죄 피해자 성비 등 안전 분야는 전국 16개 지자체 중 16위로 가장 낮다.

최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20대 여성을 상대로 한  특수강간미수 사건으로 제주지역 여성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 해소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전 사각지대가 된 공중화장실에 '안심비상벨 설치'와 같은 물리적 개선만으로는 범죄위험 예방을 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사회 안전문제는 CCTV와 비상벨 등 단순 시설설치 사업을 넘어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권 내 시설설치 사업은 우선적으로 관련 법률에 의해 설치될 수밖에 없지만, 일상생활에 필요한 시설을 누가 이용하는지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접근성과 안전성에는 불편함이 없는 지 등에 대한 관심 또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12일 도내 여성단체가 제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강조한 성인지적(性認知的) 관점으로 행정·여성단체·주민 등이 참여한 민관협력을 통해 살고 있는 지역의 시설설치 사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정책이 개선되어 환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성인지적(性認知的) 관점은 일상생활에서 남성과 여성의 성별 차이가 없는 양성평등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즉, 여성과 남성의 서로 다른 삶의 경험과 조건에 따라 정책에 대해 원하는 것도 다를 수 있다는 전제로, 정책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특정 성(性)에게만 유리하게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전통적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있지는 않은 지 등을 검토하는 것이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성인지 관점 도시기반시설 추진을 위한 컨설팅 방안'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

현 시점에서 체감도 높고 실효성 있는 여성 안전 강화와 양성평등 사회환경 조성을 위한 성인지적 관점 도시기반시설 추진을 위한 지침은 어떻게 제시되어야 할까? 기존의 유니버셜 디자인, 무장애 도시(Barrier Free) 및 범죄예방 환경설계인 셉테드(CPTED) 등과는 어떻게 연결고리를 찾아내야 할까? 고민이 많다.

제주특별자치도가 2011년 12월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되어 2016년 현재 재지정을 앞둔 시점에 맞춰, 여성의 도시생활에 대한 이용과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하나의 사업으로 지역의 공공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 편리성과 불편함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도민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시도라고 여겨진다. 

제주지역 10-60대 여성 500명 대상 공공시설 이용에 대한 욕구조사와 범용적 공공시설인 주민자치센터 인근 보행과 대중교통 편의 및 내부시설의 안전성  등에 대한 모니터링 조사결과를 통해 마련된 도시기반시설의 추진지침은 일상적 공간에서의 여성의 안전에 대해 증폭되는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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