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제주문화예술계에서 가장 큰 변화는 지난 4월 25일 개원한 (재)제주문화예술재단 출범을 들 수 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출범으로 제주도내 문화환경은 획기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관 위주의 문화사업에서 벗어나 대부분의 문화사업은 재단과 민간단체 주도로 이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민선2기 도지사 공약사항으로 설립된 것이다. 오는 2010년까지 300억원의 기금 조성을 목표로 설립된 문화예술재단은 도문예진흥기금 42억원, 제주도출연금 3억원 등 48억원으로 출발했다. 기금 조성은 2001년에 제주도 출연금 10억원, 제주시 2억원, 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 각 1억원씩 3억원, 민간출연 2억원 등 17억원을 조성하고, 2002∼2005년 88억, 2006∼2010년 150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12월 25일 현재 재단 출연금은 제주도 5억원, 북제주군 1억원, 남제주군 1억원 등 7억원 뿐이다. 제주도 5억원·제주시 2억원·서귀포 1억원·민간출연 2억원 등 10억원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기금 조성이 미뤄졌다.

 기금 조성이 출발 원년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것은 무얼 의미할까. 재단 출범 이 무리하게 진행됐거나 재단에 대한 자치단체의 의지 부족을 드러낸 결과가 아닐까.

 문화예술재단으로 제주도내 문화환경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제주도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이 도에서 이관됐고, 부설 문화재연구소 개소로 인해 도내 문화재 지표조사·발굴 업무에 효율성을 가져왔다. 또 제주국제메일아트전, 홈페이지 구축사업, 원로예술인 대화방 운영, 문화의 날 기념행사 등 문화예술 환경이 변화됐다.

 문화예술행정에 대한 자치단체의 난맥상은 제주도립미술관 건립사업에서도 드러났다. 제주도는 지난해 2003년 개관 목표로 도립미술관 건립사업을 추진하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미술관 건립 사업을 신청 4개월만에 중도 포기한 사실이 최근에 밝혀져 파장을 부르기도 했다.

 문화예술행정의 전문인력 부재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문화진흥원장의 잦은 교체와 문화예술계에 전문인력부재는 제주도의회 교육관광위원회 감사 도마에 오를 정도였다.

 오충남 위원은 문화진흥원 감사에서“문화예술 진흥이 도지사의 역점시책 가운데 하나임에도 그동안 문화진흥원장 상당수는 명예퇴임·공로 연수를 앞둔 시점에서 원장직을 수행하는 등 ‘잠시 쉬었다 가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23명의 문화예술관련 직원 중 전문가는 3∼4명에 불과하다”며 문화예술 정책의 효율성을 꾀하기 위한 특단의 인사대책을 촉구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화예술 사업은 경제적 논리로 평가되는 게 아니다. 정신을 살찌우는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인간의 자유로운 정신환경을 존중하는 것이 궁극목적이 돼야 한다. 얼마 지원했으니 어떤 효과를 내야한다는 식의 평가를 지양하고, ‘미래발전을 위한 무한 자원’이라는 측면에서 문화예술계를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진정한 문화의 세기를 위해 제주도 등 자치단체와 의회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때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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