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식 제주관광학회장·제주국제대 교수·논설위원

터미널은 기차나 버스 등이 출발· 종착하는 정거장이다. 세계 어디든지 터미널은 도심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그 이유는 도심을 중심으로 각지로 뻗어있는 교통편을 대중이 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와이주 오하우시에는 도심 한가운데 터미널과 함께 알라모아나 쇼핑센터가 있다. 이곳은 각지로 운행하는 버스와 택시, 렌터카 승하차장은 물론 관광홍보센터가 들어섰고 고급호텔, 세계음식점, 유명브랜드를 진열하고 있는 백화점이 입점해 있다. 

그리고 우체국, 은행, 응급진료실, 약방, 유아관리센터, 주차장 등 이용객의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게다가 광장개념의 쉼터공원에는 항시 공연이 열리는 등 관광객이 모여드는 명소가 되고 있다.

제주에는 1960연대까지만 해도 이렇다 할 터미널이 없었다. 비포장 일주도로를 운행하던 버스가 관덕정 맞은편 공터에 간간이 주차했을 정도였다. 1970년대 후반 관덕정 인근에 있던 시청이 광양으로 이전되면서 로터리 일대에 버스터미널이 자리 잡게 됐다.

이윽고 도로가 정비되고 대중교통수단으로 버스의 중요성이 더해지면서 지금 장소에 시외버스터미널이 생겨났다.

바야흐로 제주는 관광객 2000만 대중관광시대를 향해 숨 가쁘게 치닫고 있다. 공항을 비롯해서 시내 곳곳이 관광객 차량으로 넘쳐나고 있지만 버스터미널만큼은 한산하고 적막한 분위기다.

오래전부터 도민과 관광객은 신개념의 터미널이 탄생되기를 고대했지만 무슨 사정이 있는지 부지하세월이다.

기대하는 터미널은 단순히 정거장 기능만이 아니라 다양한 교통편 운행은 물론 센트럴파크 기능의 국제 자유도시에 걸맞는 관광종합터미널을 가리키며 동서남북을 잇는 제주관문의 중추적 기능의 스마트플랫폼을 말한다.

또 항공, 배편, 버스, 택시, 렌터카 등 전자사인보드(ICT기술)를 통해서 확실한 정보를 실시간 제공받고 관광객을 흡인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더 나가서 공항을 잇는 논스톱 대중 교통시스템을 갖춘다면 북적이는 여객수송의 분산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친환경 교통수단(고속자기부상열차, 트램 등)을 도입해서 도심권 터미널로 이용객을 직접(direct) 다량 소통시킬 수 있는 교통시스템을 갖추고, 거기서 발권업무가 부분적으로 이뤄진다면 북적대는 공항무질서를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야말로 양적 관광시대에 대응하는 대중관광객 수용태세 정비를 위한 관광종합터미널 조성사업을 서둘러야 한다. 문제는 개발사업의 입지선정과 투자방식이 관건이 될 것이다. 입지는 글로벌 역세권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위치여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도심권 국·공유지를 활용하는 것이 공공복리사업에 부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관련 전문가에 의해 수지비교분석을 해야겠지만 가령 현재 종합운동장을 더 좋은 곳으로 이전시키고 그 일대 전체를 사업부지로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

투자방식으로는 제3섹터방식이 투자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고, 지속적으로 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 사업에 지방공기업과 지역상공인단체가 참여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외부자본의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에 슬기롭게 대항할 수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끝으로 글로벌 관광종합터미널은 새롭게 투자돼 운영하는 혁신사업이어서 이해관계자와의 허심탄회한 논의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당국은 점점 폭증하는 관광객 이동질서의 교란현상을 개선하고 공공복리를 위해 우선순위(Priority) 정책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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