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명 제주국제대학교 법경찰행정학부 교수·논설위원

전국적으로 불어 닥친 공동주택 건설 광풍에 집단대출(아파트 중도금 대출)이 폭증하고 저금리에 따른 일반 가계대출까지 급격하게 증가하자, 정부는 지난 5월 주택담보대출을 잡기 위해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지방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오히려 집단대출뿐만 아니라 일반 가계대출 역시 가파르게 상승했고 이에 정부는 가계대출에 대해 전방위 옥죄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집단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10조3000억원에서 올해 6월말 121조8000억원으로 10.4%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동안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291조1000억원에서 298조원으로 증가율은 2.4%에 그치는 것으로 볼 때 가계부채의 증가세는 집단대출이 주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집단대출의 증가세 억제를 위해서 '8·25대책'을 발표, 아파트 집단대출 보증비율을 100%에서 90%로 떨어뜨린 바 있다. 이는 낮아지는 보증비율만큼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출심사를 강화하라는 취지이다.

그렇지만 집단대출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60%)나 새로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고정금리·원리금 균등분할상환)에서 제외돼 있어 현실적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주지 않은 채 은행들만 주택담보 대출 및 신용대출 심사를 강화하도록 주문하는 것은 정부가 근본적인 처방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가계부채의 뇌관인 집단대출의 규제만이 아니라 일반 주택담보대출이나 개인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문턱을 높임으로써 서민 가계에 적색등이 켜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 기조에 대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 근본 처방은 외면한 채 대출억제를 위해 대출심사 강화만을 주문함으로써 서민의 가계대출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8월말 기준 집단대출 연체율이 0.38%로 지난 7월말 0.37%와 비교할 때 0.01%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실제 주택담보대출 중 집단대출을 제외할 경우 연체율은 0.20%로 낮아진다. 이런데도 집단대출 규제에 실패한 정부는 일반 주택담보대출이나 개인의 신용대출까지 막는 정책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지역의 현실은 어떠한가. 농가의 농산물 가격 폭락 등으로 빚 돌려막기의 늪에 빠져 개인 파산 및 회생을 신청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8월말 제주지방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은 340건, 개인회생도 653건으로 하루 평균 3∼4건이 접수되는 것이 현실이다. 

카드대금이나 원리금 등을 갚지 못해 채무조정(워크아웃)을 한 경우도 523명에 이르고 도내 가계대출이 10조원에 이르는 등 가계대출의 위험 신호등이 켜진 상태이다. 

이제 가계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가구가 늘면서 상당수는 파산하거나 채무 회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적색 신호등이 켜졌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제주지역의 인구유입과 부동산 광풍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점점 늘어만 가는 가계부채는 서민의 소득계층 상승을 가로막는다. 그렇다면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가. 

물론 늘어나는 가계대출을 줄여가는 것은 당연한 정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정부는 일반 서민의 가계대출까지 막아서는 안된다. 일반 서민들의 농가나 소상공인들의 대출 문턱까지 막아서면 이들은 대출 원금을 상환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개인 파산하거나 채무 회생절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단대출은 규제해야 하지만 일반 주택담보대출이나 개인 신용대출까지 막아서는 안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현재대로 유지하더라도 DTI는 과거 수준인 50%로 환원할 필요가 있으며, 집단대출에도 DTI를 적용하고 분양권 전매제한을 강화하는 등의 적극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