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 삶 이끄는 여성 모습
서로 존중하고 자연과 공존
무형유산 등재 가치와 부합

까만 고무옷과 테왁, 그리고 여인들의 맑은 미소. 한국인에게 너무나 친숙한 제주해녀가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순간이 다가왔다. 11월28일부터 12월2일까지 에티오피아에서 열리는 제11차 무형문화유산정부간 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하 무형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된다는 것은 그 가치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크고, 후세에 길이 전승할 만큼 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형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기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무형유산으로서 잘 보호되고 있어야 함은 물론, 해당 유산이 문화의 다양성과 인류의 창조성을 입증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을 소상히 보여주어야 한다.

제주해녀는 이러한 기준에 완벽히 부합하는 우수한 후보이다. 현직 해녀가 4500여명이나 존재하고, 해녀·해남의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 해녀학교를 찾고 있으며, 해녀문화 보존과 지원 장치가 잘 마련돼 있다.

해녀는 주체적으로 삶을 이끄는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표상함으로써 양성평등 달성에 기여한다. 나이가 든 해녀들을 위해 '할망바당'을 정해 따로 운영하는 등의 관습은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는 아름다운 문화이다.

물속에서 숨을 참을 수 있을 만큼만 머물며 절대 과도하게 해산물을 채취하지 않는 해녀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바다밭'을 소중히 관리하며 채취 방법과 기간 등을 규약으로 정해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유엔 차원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제주해녀 문화에서는 이미 구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우수한 제주해녀 문화가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된다면,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의 문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삶 등이 세계인들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제주해녀 문화가 세계가 인정하는 무형유산으로 당당히 설 수 있기를 한국의 유네스코 활동을 총괄하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으로서뿐 아니라, 제주명예도민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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