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훈식 시인, 제주문인협회 회장

제주도에도 '제주문학관'이 건립된다.

그동안 '제주문학관'이 없는 이유가 있었다. 하드웨어인 문학관 건물을 지을 돈이 없어서가 아니고 소프트웨어로 비치될 문학 내용이 중요한 사안이라서 건립을 미뤄왔던 거다. 제주도는 유독 문학적 자료가 방대해 즐거운 고민으로 오늘에 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 지역 문학관은 주로 작가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를 채웠다. 문학을 위한 스토리텔링을 만들
기 위하여 고심한 경우도 있다. 

제주도는 문학관에 비치할 내용이 넘쳐난다. 1만8000의 신이 있어 신화만 정립해도 제주문학관은 차별성을 지닌다. 제주어 문학, 해양문학, 유배 문학, 4·3 문학, 200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소설가, '르 클레지오'가 명소로 찾는 성산포 등, 제주지역 문학 조명도 제주문학관을 빛나게 할 것이다.

때마침 '문학 진흥법 시행령'이 지난 8월 제정됐다. 법 제19조제1항을 보면 '공립문학관을 설립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미리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드디어 제주도와 제주문학단체의 염원인 제주문학관 건립이 구체화돼 '제주문학관 건립 타당성 기초조사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통해 입지선정 및 건축규모, 제주문학관 건립의 타당성과 필요성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어디에, 어떻게, 어떤 규모로 지을 것인가. 매사 잘 하려고 하면 끝도 한도 없다.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는 거다. 

중간보고회에서는 제주시 원도심을 문화 관광벨트를 겸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덕정 주변, 산치천 주변, 오현로 주변이 타당하다고 제시됐다. 

관덕정 주변 예정지로 구 시청사에 관심이 갔다. 칠성로에 유명한 다방이 많아서 계용묵, 김석범, 박목월 시인이 제주원로문인들과 나눈 정담도 문화 예술 재생이 되는지도 알아보았다. 제주를 찾은 문인들은 제주풍광을 즐기다 갔는지 이렇다 할 작품이 없어 아쉽다. 작고하신 원로시인 양중해 교수가 박목월 시인의 일화를 시로 풀어낸 '떠나가는 배'가 작곡돼 유명한 가곡이 된 정도다. 

지역경제 재생, 방문객을 위한 소공원이나 야외공연장이 설치돼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어메니티 재생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예시한 옛 시청 부지의 가격대비로는 시외로 나가서 몇 배 넓은 부지에 지으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제안도 있었지만 관덕정 주변의 접근성은 타 지역보다 뛰어나다. 확장이 가능하고 인프라 효과도 잠재돼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관덕정, 목관아지, 중앙로 지하상가를 찾는 관광객이 많아질 것이다. 서로는 서문시장, 용연, 용두암 일대가 관광지로 더욱 부상할 것이고, 북으로는 탑동 산책로, 남으로는 오현단, 동으로는 칠성로와 산지천, 김만덕 객주터와 김만덕기념관, 동문시장, 삼성혈, 신산공원, 문예회관까지 관광동선을 아우를 수가 있다.

건축은 어떤 형태로 지을 것인가? 제시된 예시로는 옛 시청 청사를 복원한 외형을 갖추겠다고 했으나 심사숙고해야 한다.

자료 사진으로 봐도 일본인들이 즐겨 짓는 관공서 형태로 은행이나, 학교 풍인 일제강점기 건물임을 한 눈에도 알 수 있다. 제주도 문화재가 아니라서 이미 철거했으니 제주도를 상징하는 설계와 제주문학관의 특징이 나타나는 건축설계가 새로 제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망한 제주문학관이 건립되면 풍년을 기약하는 '입춘굿놀이' '낭쉐' 등 흥과 신명으로 질펀하게 놀아보려고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관덕정 일대가 북적거릴 것이다. 입춘굿놀이를 흐뭇하게 구경하고 있는 필자는 무료로 주는 팥죽과 고기국수를 먹고는 '제주문학관'에서 제주어 시를 찾아 읽을 것이고 관광객들은 제주도 정보란을 클릭해 원하는 자료를 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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