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년 새해 새아침. 웅비와 도약을 상징하는 말의 해가 찬연하게 밝았다. 새해 새 기운을 받은 제주 땅이 말발굽 소리처럼 생동감으로 넘쳐나고 있다. 제주시에서 서귀포까지, 서귀포에서 성산포로, 구좌로, 애월로, 대정으로…, 제주 섬을 휘돌아 한·일 월드컵 소식으로 제주섬이 새해 벽두부터 들썩이고 있다.

한·일 월드컵 제주개최로 세계의 이목이 ‘평화의 섬’제주로 집중되고 있다. 세계인들이 잰걸음으로 제주로 제주로 몰려올 채비를 하고 있다. 이와 궤를 같이해 제주도를 비롯해 4개 시·군과 예총도지회와 서귀포지부, 제주민예총, 문화예술재단, 제주문화원 등 제주도내 문화예술단체가 합심해 월드컵 문화행사를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은 단순히 세계 최강 축구선수들과 관람객들만의 잔치로 끝내서는 안된다. 축구를 통해 세계인들이 화합을 다지고, 세계인들에게 제주인의 삶과 정신이 녹아있는 ‘제주 문화’를 심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여야 하는 것이다. 월드컵을 전후해 경기장 안팎에서 펼쳐지는 문화행사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도가 세계인들을 겨냥해 내세우는 경축축제는 제주 여인들의 강인하고 옹골찬 정신을 보여줄 수 있는 제주해녀축제. ‘제주 섬 해녀문화! 바다 건너 세계로’라는 타이틀을 내건 제주해녀축제는 5월 30일부터 6월 16일까지 제주도내 일원에서 펼쳐진다. 제주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문화의 핵심인 해녀축제를 통해 ‘평화의 섬’ 이미지를 국내외로 선양하겠다는 게 제주도의 입장이다.

해녀축제는 중요무형문화재 영등굿 본풀이를 주테마로 하여, 제주호를 선두로 월드컵 참가 32개국을 상징하는 배가 우도를 출발해 제주시까지 섬 일주를 하면서 읍·면 주요항에서 해산물의 풍요와 해상 안전조업을 기원하는 굿을 펼쳐 제주굿의 우수성을 알린다. 해상퍼레이드 선단은 풍선 축구공과 참가국 깃발, 만선기로 장식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제주항에 도착한 퍼레이드 참가단은 제주시청에서 탑동까지 거리행진을 벌인 후 환영제 개막식을 가져 월드컵 제주개최를 축하한다.

축제 기간 구좌읍 세화 지역에서 일제시대 일어났던 제주해녀항쟁을 재현하고, 잠수굿, 해녀경주, 해녀체험행사 등 해녀를 소재로 한 행사가 다채롭게 열린다. 또 장소를 옮겨 남제주군 화순해수욕장에서도 해신제, 미역해경재현, 잠수경연대회, 테우 경주, 해녀노래경연, 해산물 요리경연, 해녀해변 축구대회 등을 열고 제주해녀의 우수성을 국내외로 알린다.

이뿐 아니다. 제주바다와 해녀를 소재로 한 미술전·사진전·서예전 등 전시행사와 마당놀이와 바다음악축제가 제주시와 서귀포에서 열린다. 제주잠녀와 세계 잠녀를 비교, 고찰하는 국제잠녀학술대회도 준비된다.

월드컵 기간 경기장에선 한라산을 상징하는 구조물을 이용한 퍼포먼스와 사물놀이, 민속퍼레이, 응원전 등이 마련돼 축제 분위기를 돋운다. 또 칠선녀 축제, 칠십리축제, 이중섭예술제, 월드컵 기념 종합예술제, 제주의 무형자산인 민요와 굿 등을 보여주는 제주민속공연, 월드컵 기념 뮤지컬과 마당극 공연 등 문화행사가 다채롭게 열려 제주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제주시는 월드컵을 기념해 2002명으로 구성된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참여하는 ‘2002 대함성 축제’를 계획하고 있다. 도내 학교 합창단과 관악단, 종교합창단, 아마추어·전문합창단, 관악·오케스트라, 시민 등 2002명이 어우러진 ‘2002 대함성’으로 제주도민의 결집된 힘을 내외로 알리고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게 된다.

어쨌든 월드컵이 진정한 제주문화축전이 되기 위해서는 행정과 문화예술단체, 제주도민들의 응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제주의 옹골찬 문화가 담긴 월드컵 문화행사가 단순한 월드컵 경축 행사가 아니라, 세계 최강 축구선수와 관람객들의 함성을 타고, 세계로 뻗어나가 세계인들의 가슴속에 뿌리내길 수 있는 축제로 키워야 할 것이다. 월드컵이 끝날 때 멋진 축포를 올릴 수 있길 문화축전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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